[MD리뷰] 홍광호의 '햄릿:얼라이브', 고전문학이 창작뮤지컬이 됐을때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익숙한 작품으로 또 다른 창작물을 만들어냈다.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전세계에 알려진 대표적인 고전 문학.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 받는 작품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고뇌 앞에 펼쳐지는 비극 '햄릿'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 되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인 만큼 기본적인 텍스트의 힘이 있고, 인간의 근본적인 고뇌를 그리기 때문에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가운데 뮤지컬 '햄릿:얼라이브'는 이를 국내 최초로 뮤지컬로 창작했다. 다양한 형태의 '햄릿'이 있었지만 '햄릿:얼라이브'는 창작 뮤지컬로 이를 재탄생시켜 궁금증을 더했다.

사실 '햄릿'이 재탄생 될 때마다 고전 문학의 힘을 그대로 받은 것은 아니었다. 모험이라는 허울 아래 터무니 없는 실험 정신이 가해져 텍스트의 힘을 그대로 받지 못한 채 터무니 없는 결과물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햄릿'의 재탄생은 결코 쉽지 않은 창작이라는 것이다.

이에 뮤지컬 '햄릿:얼라이브'는 고전의 힘을 따르면서도 과하지 않은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방법을 택했다. 원작의 시대적인 요소와 굵직한 기본을 따르며 주제를 잘 유지하되 창작 뮤지컬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것.

뮤지컬 '스위니토드',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섬세함을 살렸던 영국 연출가 아드리안 오스몬드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또 각색과 작사를 맡은 '사의 찬미',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성종완 작가, '스위니토드', '스칼렛 핌퍼넬' 등의 강봉훈 연출의 협력도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와 함께 '킬미나우', '프라이드' 등의 김경육 작곡가의 작곡, 호주 출신 피터 케이시의 편곡, '살리에르', '두 도시 이야기' 등의 안무가 최인숙, '위키드', '킹키부츠' 등의 양주인 음악감독의 완벽한 합이 빛을 발한다.

그 중 현대적인 의상과 세련된 무대가 눈에 띈다. 적당히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의 매력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조율이 돋보인다. 고전과 현대를 이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대 연출 역시 '햄릿:얼라이브'의 관전 포인트. 무대가 훤히 보이는 천장 원형 거울을 비롯 벽면을 채우는 거울,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배경 등은 햄릿은 물론 주요 인물들의 복잡한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일조한다.

조명의 힘도 상당하다. 곳곳에 배치된 조명은 무대 배경 및 인물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살리고, 이를 표현하는 적절한 색과 그에 따른 명암은 이야기 자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전과 현대를 적절히 버무리는데 조명의 역할이 크다.

고전 문학의 기본적인 골자를 그대로 따르는데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힘을 실어 준다. 특히 홍광호의 햄릿은 그의 깊어진 연기력을 입증한다. 햄릿의 인간적인 고민과 복잡한 심경을 연기와 가창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특히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독백은 고전의 힘에 정점을 찍는다. 몰입도 높은 홍광호의 믿고 듣는 가창력은 명불허전.

양준모는 진실을 외면하고 은폐하며 뒤틀린 집착, 욕망, 광기로 폭주하는 햄릿의 숙부 역을 맡아 안정감 있는 연기를 펼치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하여 고단하고 불안한 인생을 견디며 끝내 햄릿을 지키고자 한 비운의 왕비이자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역의 김선영 또한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이 가운데 순수한 영혼의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 역 정재은 연기가 발군이다. 모든 것을 잃고 무너져버린 오필리어의 상황을 극대화시키는 연기가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들 정도.

뮤지컬 '햄릿:얼라이브'는 고전의 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창작 뮤지컬만의 장점을 살려냈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문학이 왜 이토록 오래 사랑 받는지 다시 입증한 셈이다.

뮤지컬 '햄릿:얼라이브'. 공연시간 160분. 2018년 1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사진 = CJ MUSICAL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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