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신태용 인터뷰로 복기한 북한전

[마이데일리 = 일본 도쿄 안경남 기자] 최근 유럽에서 부활한 스리백(back three: 3인 수비) 전술은 세 명의 수비수를 두면서도 과거와는 달리 공격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선수가 적극적으로 전진해 빌드업(공격전개 작업)에 가담한다. 이는 한 명의 공격수를 상대로 잉여 자원이 발생한 스리백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우승한 안토니오 콩테 감독의 3-4-3은 풀백이었던 세사르 아즈필리쿠에타의 스토퍼 변신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때문에 스리백은 센터백을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늘리지만 더 이상 수비적인 전술로 불리지 않는다. 오히려 스토퍼의 전진으로 더 공격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스리백이 유럽 빅클럽 사이에서 유행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한국 3-4-3 포메이션 : 21조현우 - 4정승현 20장현수 5권경원 - 14고요한 15이창민 16정우영 3김진수 - 12김민우 17이재성 18진성욱 / 신태용 감독)

(북한 4-1-4-1 포메이션 : 1리명국 - 2심현진 3장국철 18리영철 6강국철 – 16리영직 - 4박명성 9박성철 5리은철 11정일관 - 23김유성 / 안데르센 감독)

“전술 변화를 줬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를 분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북한은 우리가 포백으로 나서 역습을 하려고 준비했을 텐데, 스리백으로 나와서 어려웠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스리백을 잘 했고 경기를 이겼으니 칭찬해주고 싶다”

북한전 선발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신태용 감독이 중국전에서 사용한 포백(back four: 4인 수비)가 아닌 스리백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당초 수비 라인 만큼은 재활 중인 김민재를 제외하곤 월드컵 멤버로 구축을 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 포백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전 무승부로 반드시 결과를 내야만 했던 신태용 감독은 불안한 수비를 보완하고 두 줄 수비를 서는 북한의 간격을 벌어놓기 위해 3-4-3을 선택했다.

다만 수비수 세 명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 장현수를 중심으로 왼쪽에 권경원, 오른쪽에 정승현이 포진했는데 북한 원톱 김유성 한 명을 견제하기 위해 셋이 후방을 지켰다. 이는 ‘3 vs 1’의 상황으로 수적인 과잉을 의미한다. 보통 포백에서는 한 명이 상대 원톱을 가까이 붙고 다른 한 명이 뒷공간을 커버하는데, 세 명일 경우 한 명이 의미 없이 서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태용 감독은 세 명의 수비수를 통해 김유성을 앞세운 북한의 역습을 완벽히 차단하길 원했다. 수비 지역에서의 수적 낭비에도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장현수나 권경원을 적극적으로 올리지 않았다. 물론 0-0 상황이 계속되자 후반 들어 장현수가 정우영의 위치까지 전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질적으로 미드필더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축구가 수비에 무게를 두면 공격이 무뎌질 수 밖에 없다. 반면 공격에 무게를 주면 수비가 약해진다. 그런데 오늘은 수비에 더 집중했고, 그로 인해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무뎌진 건 인정한다”

신태용 감독도 수비에 무게를 둔 것을 인정했다.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에서 팀을 만들고 있는 상황인데다 북한이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날카로운 역습을 선보여 뒷문을 강화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수비를 강화하자 그의 말대로 공격이 무뎌졌다는 점이다. 후방에서 스리백 세 명이 북한 공격수 한 명을 상대하게 되면서 한국은 공격시 북한 진영 어느 곳에서도 수적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원톱 진성욱은 북한 센터백 두 명과 ‘1 vs 2’ 상황이 됐고 중앙에서도 이창민, 정우영이 북한 미드필더 세 명과 충돌했다. 한국은 이를 깨기 위해 왼쪽 윙백으로 출전한 김진수가 간혹 중앙으로 이동해 세컨드 스트라이커처럼 문전 쇄도를 시도했지만 북한의 홀딩맨 리영직이 내려와 커버했다.

결국 북한의 수비를 뚫기 위해선 개인 능력에 좀 더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사이드에서 일대일 찬스를 잡거나 진성욱이 수비를 유인한 뒤 만든 공간을 이창민이 파고드는 패턴이 사용됐다. 효과도 있었다. 전반 한 차례 이창민이 이재성의 헤딩 패스를 잡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정확도만 있었다면 득점까지도 갈 수 있는 장면이었다.

“골 결정력에서 좀 더 집중력을 갖고 해야 한다. 상대 실책으로 승리했지만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선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 공격수들이 전후반에 찬스가 왔을 때 하나는 넣어줘야 승리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선 더 디테일하게 손봐야 한다”

신태용 감독은 수비에 치중하면서 공격이 무뎌진 것을 인정하면서도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선 좀 더 디테일 한 세부 전술을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대표팀 레벨에서는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움직임까지 가르칠 수 없다. 세계적인 ‘전술가’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어택킹서드(경기장을 3/1로 나눴을 때 상대 수비지역)에서는 선수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그리고 감독이 하는 건 거기까지 선수를 가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측면에서 결정력은 손흥민, 황희찬, 석현준, 권창훈 등 유럽파가 합류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 창 시즌 중인 그들에 비해 동아시안컵에 나선 K리그 선수들은 기나긴 시즌을 마치고 대회에 나섰다. 전지 훈련을 했다고 하지만 선수 바이오리듬이 최상에 있지는 않다. 중국, 북한전을 모두 선발로 뛴 이재성도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100%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하지만 축구 공은 항상 움직인다. 사람도 같은 행동만 나오는 게 아니다. 문제가 나오면 배우고 대비하고 순간 미흡한 대응이 나오면 고칠 것이다”

과정을 언급하는 건 이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이다. 러시아에서 포백도 파이브백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상대로 스리백을 쓴 것도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 강팀과의 대결을 위한 연습이라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얼마나 잘 복기하고 실수한 부분을 보완하느냐다. 북한의 역습을 막기 위해 다소 보수적이었던 스리백이 결과를 내기 위한 일회용이 아닌 진짜 월드컵으로 가는 무기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당장의 결과를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래픽 = 마이데일리DB,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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