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기술, 김동욱이 보여준 소통·토킹의 중요성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소통이 중요하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임동섭과 김준일이 상무에 입대한 올 시즌에는 더더욱 그렇다. 경기력 기복이 크지만, 그래도 5할 승률을 유지하는 건 라틀리프의 저력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농구는 팀 스포츠다. 매 경기 라틀리프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올 시즌 FA를 통해 친정에 돌아온 베테랑 김동욱은 삼성에 매우 소중한 존재다. 경기운영에 4번 수비, 외곽포까지 담당한다. 김태술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임동섭과 김준일 몫을 동시에 해낸다.

삼성은 시즌 초반 기복을 타다 최근 3연승을 거뒀다. 라틀리프의 꾸준한 활약이 뒷받침됐다. 하지만, 승부처서 김동욱의 영향력도 대단했다. 16일 오리온전이 대표적이다. 라틀리프에게 엔트리 패스를 가장 잘 넣는 것도, 패스로 오리온 지역방어를 가장 잘 파괴한 것도 김동욱이었다.

그런데 오리온에 앞서가다 3쿼터에 역전을 허용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명확히 앞서지만, 압도하지 못했다. 4쿼터 초반에도 흐름이 비슷했다. 오리온의 잦은 수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실책을 쏟아냈다.

이상민 감독은 75-76으로 뒤진 경기종료 6분6초전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작전시간 이후 김동욱도 선수들에게 얘기를 했다. 이후 삼성은 김태술이 한 차례 실책을 범했으나 경기력이 안정됐다. 라틀리프, 문태영, 김태술의 연계플레이를 앞세워 오리온 추격을 뿌리쳤다.

김동욱은 "4쿼터 초반에 이기고 있는데 선수들 표정이 마치 10점 끌려가는 팀인 것 같았다. 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인상을 쓰고 말도 하지 않냐고 한 마디를 했다. 밝은 표정으로 경기에 임하고 얘기를 많이 하자"라고 말했다.

의미 있는 대목이다. 농구는 팀 스포츠다. 경기 도중 끊임없이 토킹하고 소통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매 순간 벤치에서 작전시간을 부를 수도 없고, 실책이 나온다고 선수를 계속 교체할 수도 없다. 결국 벤치의 간단한 수신호와 함께 선수들이 코트에서 대화를 하면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농구선수도 사람이다. 경기막판에는 체력적으로 힘이 들고, 약속했던 부분을 잊어버릴 수 있다. 이럴 때 용기가 되는 말 한 마디와 격려, 복잡한 머리 속을 정리할 수 있는 임팩트 있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김동욱에겐 그런 스킬이 있었다.

그는 베테랑이다. 누구보다 소통, 대화의 중요성을 잘 안다. 2년 전 우승 한을 풀었던 오리온도 개성 강한 베테랑이 즐비했다. 그들의 소통은 아주 좋았다. 절체절명의 승부처서 경험이 부족하면, 대화와 소통을 이끌어갈 여유는 없다. 김동욱의 작전시간 말 한 마디가 다른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고, 심리적 안정감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팀 케미스트리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삼성이 올 시즌을 앞두고 김동욱을 영입한 또 다른 이유가 이 부분이다. 단순히 기록으로 환산할 수 없다. 김동욱은 "우리 팀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토킹으로 풀어가는 게 부족하다. 선수들끼리 좀 더 소통을 해야 하고, 믿음이 생겨야 한다. 기복을 줄이고 우리 스타일대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동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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