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팬 서비스’ 삼성 러프가 그린 반전 드라마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타점왕’ 다린 러프가 다음 시즌에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타율이 .150까지 떨어졌을 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반전 드라마 아닐까.

삼성은 16일 러프와의 재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삼성은 러프와 연봉 150만 달러(약 16억원)에 재계약했다. 이는 110만 달러였던 2017시즌 연봉에 비해 36.4% 인상된 금액이다.

이승엽이 은퇴, 공격력이 약화된 삼성에게 오프시즌 선결과제는 러프와의 재계약이었다. 삼성은 재계약 의사 통보일에 앞서 일찌감치 러프와의 재계약을 체결했고, 덕분에 외국인투수 영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도 삼성과 함께 하게 돼 정말 기쁘다. 우리 가족도 대구에서 다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기뻐하고 있다”라고 운을 뗀 러프는 “팬들의 응원을 기억한다.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내년 전지훈련에 빨리 합류해 팀원들과 명가 재건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마지막으로 계약에 힘써주신 구단 스카우트팀에게 감사를 전한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35홈런을 터뜨린 러프는 삼성 입단 당시 거포형 타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2017시즌 초반에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치른 홈 개막전에서 1홈런을 쏘아 올렸을 뿐, 이후 약 한 달 동안 장타력이 실종된 모습에 그친 것. 시즌 개막 후 18경기서 타율 .143 2홈런 5타점에 그친 러프는 결국 4월말 1군서 말소됐다.

하지만 러프는 1군에 돌아온 후 놀라운 상승곡선을 그렸다. 1군 복귀 후 6경기 연속 안타로 예열을 마쳤고, 5~6월에 12홈런을 터뜨려 삼성의 꼴찌탈출에 힘을 보탰다. 이후에도 꾸준히 장타력과 해결사능력을 과시한 러프는 134경기 타율 .315 162안타 31홈런 124타점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특히 러프가 기록한 124타점은 시즌 막판 슬럼프에 빠진 최형우(KIA)를 뛰어넘어 이 부문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외국인타자가 타점왕을 차지한 것은 2008년 카림 가르시아(당시 롯데) 이후 9년만의 일이었다. 더불어 득점권 타율(.379)은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한때 타율이 1할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놀라운 반전 드라마였다.

또한 러프는 실력만큼 인성도 뛰어난 외국인타자였다. 지난 6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러프는 차우찬과의 승부서 내야 중앙 테이블 쪽으로 향하는 파울 타구를 때렸는데, 공교롭게 타구는 관중이 지니고 있던 맥주를 강타했다.

경기 내내 찝찝한 마음을 갖고 있던 러프는 경기가 종료된 후 구단 관계자를 통해 해당 관중에게 자신의 사인볼, 맥주를 선물로 제공했다. “야구를 즐기러 온 팬들이 나 때문에 피해를 봤기 때문”이라는 게 당시 러프의 설명이었다.

물론 이승엽의 빈자리는 그 누구라도 온전히 메울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삼성 팬들은 적어도 실력과 인성을 두루 겸비한 러프와의 인연은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제 삼성에게 남은 것은 지난 2시즌 동안 흉작에 그쳤던 외국인투수 보강이다.

[다린 러프.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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