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7호실’, 밀려나는 ‘을’들의 코믹X스릴 생존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용승 감독은 ‘밀려나는 사람들’을 근심어린 눈길로 응시한다. 전작 ‘10분’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의 애환을 그렸다면, ‘7호실’은 자영업자와 알바생의 삶을 담아냈다. 이 사회의 ‘을’들은 시간(‘10분’)이든, 공간(‘7호실’)이든 정주하지 못한 채 유랑하는 신세다. 그들의 발버둥이 안쓰럽다.

두식(신하균)은 전세자금을 몽땅 투자해 DVD방을 열었지만, 늘 파리만 날리는 처지다. 보증금이라도 건져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알바생 태정(도경수)도 급하기는 마찬가지. 200만원의 알바비를 못 받은 채 노트북 등을 팔며 근근히 버틴다. 어느날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들은 각자 7호실에 숨겨놓은 것을 지키고, 찾아내기 위해 신경전을 벌인다.

‘7호실’은 좁은 공간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스릴을 시종 코믹한 터치로 그린다. 문을 열지 못하게 막아야하는 자와 그 문을 반드시 열어야하는 자의 대립은 그 자체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중 삼중으로 자물쇠를 채우고 급기야 책장으로 막아놓은 두식과 드라이버를 들고 나사를 풀어 문을 열기 위해 애쓰는 태정이 티격태격하며 벌이는 몸싸움은 벼랑 끝에 몰린 자들의 웃픈 현실이 녹아있다.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지면서 긴장의 강도는 한층 높아지고, 두식과 태정의 생존전략도 점점 위태로워진다. 부동산 거래는 파토나기 일보 직전이고, 태정을 옥죄는 조직의 위협도 거세진다. 경찰이든, 조직이든 이들의 손이 두 사람의 목덜미에 가까이 올수록 ‘7호실’의 스릴과 코미디는 탄력을 받는다.

이용승 감독은 리얼리티에 엄격했던 ‘10분’의 차디찬 현실에서 벗어나 장르적으로 자유로운 ‘7호실’의 영화적 공간으로 위치를 바꿔 인물들의 숨통을 트여준다. 그래야 ‘을’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생길 수 있을 테니까.

두식이 차를 끌고 가는 곳은 어디일까. 태정이 걸어가는 곳에 희망이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도 ‘내일’이라는 미래가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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