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가 된 4-4-2 승부수…잘한 건 잘한거다

[마이데일리 = 울산 안경남 기자] 잘한 건 칭찬하자. 신태용 감독의 4-4-2 전술이 벼랑 끝에 몰렸던 축구대표팀의 반전을 이끌어냈다. 손흥민을 최전방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상대에 따른 맞춤형 전술을 가동했으며, 사라졌던 투지를 다시 불어 넣었다. 무기력하던 대표팀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신태용호가 11월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A매치 2연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 콜롬비아를 2-1로 꺾었고, 유럽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세르비아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친 끝에 1-1로 비겼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세르비아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 나선 신태용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성과다. 한국 축구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우즈베키스탄,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연속된 무승부로 9회 연속 본선 진출에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논란까지 겹치며 비난의 강도는 거세졌다.

한 달 전 유럽 원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배려 차원에서 국내파를 제외하고 전원 해외파로 러시아, 모로코전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결국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고심 끝에 사퇴했고, 축구협회도 홍명보 신임 전무와 박지성 유소년본부장을 선임하며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은 결국 살아난 경기력으로부터 이뤄졌다. 신태용 감독은 4-4-2 포메이션으로 전술을 수정하고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이동시키는 등 본격적인 월드컵 본선 체제로의 전환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바꿨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새로 부임한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의 조언을 적극 수렴하며 대표팀 경기력을 올리는데 모든 걸 쏟았다.

#성공적인 손흥민 시프트

11월 A매치 소집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의 최전방 이동을 시사했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스트라이커로 뛰는 손흥민의 움직임을 대표팀에 적용시키겠다는 의도였다.

결과는 대성공을 거뒀다. 투톱으로 변신한 손흥민은 콜롬비아전에서 혼자서 두 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최전방에서 자유를 얻은 손흥민은 파트너 이근호와 2선 공격수들의 지원 아래 보다 많은 득점 찬스를 잡았다. 세르비아전에서도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7개의 유효슈팅으로 맹활약했다.

#빠르게 자리잡은 4-4-2 포메이션

최종예선에서 4-1-4-1과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던 신태용 감독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4-4-2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손흥민을 살리고 두 줄 수비를 통해 문제로 지적됐던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신의 한 수’였다.

익숙지 않은 변화였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4-4-2는 빠르게 대표팀에 녹아들었다. 주장 기성용도 “선수들이 빠르게 전술을 캐치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약속된 플레이를 설명할 때 이해가 쉬웠다. 앞에서 수비를 적극적으로 해줘서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유기적인 맞춤형 전술 카드

‘전술가’로 불리는 신태용 감독은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를 상대로 다른 전략을 선보였다. 개인 기술이 좋은 콜롬비아전에는 민첩성이 좋은 고요한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해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뮌헨)를 완벽 봉쇄했다. 또 세르비아전에는 상대의 높이를 고려해 구자철과 정우영을 척추 라인에 세웠다.

이 같은 유기적인 전술 변화는 향후 월드컵 본선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한 가지를 고집하는 것보다 상대가 따른 맞춤형 전략을 구사해야만 보다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주인을 찾은 풀백 포지션

한동안 주인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풀백이 자리를 잡았다. 측면 수비는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골칫거리였다.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경쟁력 약화로 매 경기 주인이 바뀌었다. 그로인해 팀에서 자주 뛰지 못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소집에서 신태용 감독은 풀백에 주인을 찾는데 성공했다. 오른쪽에는 전북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은 최철순이 2경기 연속 선발로 경쟁력을 입증했고, 왼쪽은 김진수와 김민우가 번갈아 선발로 뛰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 이는 향후 수비 조직력을 올리는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코치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코치진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감독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낮은 자세에서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자신보다 경력에서 앞서는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를 영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국제대회 우승을 경험한 그들의 노하우를 받아들이고 대표팀이 발전하는데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이는 콜롬비아, 세르비아를 상대로 철저한 분석이 가능했던 이유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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