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톡톡', 이 영리한 연극이 당신을 치료합니다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톡톡', 이 영리한 연극이 웃음 끝에 현대인을 치료한다.

연극 '톡톡 TOC TOC'(이하 '톡톡')은 프랑스의 유명 작가 겸 배우이자 TV쇼 진행자인 로랑 바피가 집필한 작품으로 초연 이후 유럽 각국에서 10년 동안 끊임없이 사랑 받아온 작품.

뚜렛증후군, 계산벽, 질병공포증, 확인강박증, 동어반복증, 대칭집착증을 가진 6명의 환자들이 강박증(Troubles Obsessionnels Compulsifs, TOC) 치료의 최고 권위자인 스텐 박사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모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다양한 증상의 강박증 환자가 등장하는 만큼 인물 하나하나 각각의 개성이 넘친다. 50년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욕을 하는 뚜렛증후군 프레드는 완치보다 완화를 바랄 정도로 자신의 병을 인정했지만 외로움은 감출 수 없다. 욕하는 자신을 보고 놀라지 않고 그저 들어만 줬던 택시 기사가 그를 위로했던 유일한 존재다.

계산벽 벵상은 자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계산에 집착한 나머지 함께 사는 아내에게 외면 당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바라봐 주는 아내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니 겉은 밝아 보여도 상처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게다.

질병공포증 블랑슈 역시 모든 것이 세균으로 보이는 탓에 원만한 인간 관계가 어렵다. 악수도 꺼릴 정도로 청결에 집착하는 만큼 상대에게는 다소 차가워 보일 수도 있고, 유난으로 보일 수도 있다. 때문에 더 가까운 인간 관계가 어렵다.

확인강박증 마리는 집 밖으로 나오기도 어렵다. 가스, 수도, 전기를 확인하고 나와도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한다. 오로지 의지할 곳은 하느님. 연애 한 번 하지 못한 채 살아왔고, 끊이지 않는 불안감 탓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다.

동어반복증 릴리에게도 아픔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생긴 증상, 두번씩 말하는 탓에 길게 말하지 못하고 말을 아끼게 됐다. 이런 릴리 앞에 나타난 밥은 대칭집착증으로 선을 밟지 못하는 선 공포증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성격 덕에 다른 환자들을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은 함께 모이니 숨기고만 싶었던 아픔들을 수면 위로 올린다. 스텐 박사를 기다리며 나름대로의 그룹 치료를 하게 되는 이들은 아픔을 더이상 숨기지 않게 된다. 자신이 아닌 상대에게 집중하게 되고, 그로 인해 조금씩 치유해 간다. 증상 자체가 아닌 마음의 치유다.

이들의 상처를 들여다 보고 모두 치료가 목적이라고 해서 우울하지는 않다. 각각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모인 만큼 한시도 조용할 틈 없고, 그로인해 발현되는 웃음이 가히 영리하다.

이해제 연출은 코미디를 놓치지 않으면서 인물들의 아픔과 상처를 과하지 않게 드러내는 영리한 연출로 관객들 마음을 움직인다. 마냥 코미디만 추구했다면 자칫 메시지가 감춰질 수도 있었을 터. 이해제 연출 특유의 웃음과 작품성을 모두 가져가는 줄다리기가 빛을 발한다.

적절한 줄다리기는 탄탄한 이야기, 연출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역량 덕에 가능하다. 코미디에 능통한 배우들이 모인 만큼 이들의 탄력적인 호흡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누구 하나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다. 베테랑 배우들이기에 가능한 호흡이다.

이야기, 연출, 배우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이 영리한 연극이 어느새 극중 인물들을 넘어 지친 현대인들, 즉 관객들을 치유한다.

연극 '톡톡'. 공연시간 110분. 내년 1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TOM 2관.

[사진 = 연극열전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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