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두산 단군매치, KBO 新라이벌매치 되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새로운 라이벌매치가 될 수 있을까.

KIA의 4승1패로 끝난 2017년 한국시리즈. 두산의 1차전 승리 이후 KIA가 연거푸 4경기를 따냈다. 하지만, KIA의 일방적 흐름이 아니었다. 1~5차전 내용을 뜯어보면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 많았다. 5차전이 싱겁게 끝나는 듯했지만, 두산의 막판 추격전은 KIA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와일드카드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품질이 그렇게 높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투수들은 힘겨워했고, 실책이 섞인 난타전이 즐비했다. 물론 준플레이오프가 5차전 접전이었다. 그러나 5차전 자체는 다소 싱거웠다.

그에 비하면 한국시리즈 품질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에 결정적 실책으로 흐름이 갈린 케이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투수들이 호투했고, 간판타자들도 결정적 순간에 제 몫을 해내면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KIA와 두산은 이번 한국시리즈가 포스트시즌 첫 맞대결이었다. 전력을 감안할 때 두 팀이 향후 몇 년간 꾸준히 포스트시즌 혹은 정규시즌 상위권 순위를 놓고 결정적인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KIA는 8년만의 통합우승을 통해 이명기, 김민식 등 한국시리즈를 처음으로 경험해본 선수들이 성장했다. 헥터 노에시, 팻딘, 로저 버나디나 등 외국인선수들과 FA 김주찬, 1년 계약이 끝난 양현종 등을 붙잡으면 내년에도 우승후보 1순위다. 김주찬과 이범호, 최형우 등 베테랑이 주축이지만, 아직 노쇠화 징후는 없다.

두산은 2년 연속 통합우승 꿈이 좌절됐지만, 올해와 내년 FA로 풀리는 민병헌과 장원준, 양의지를 붙잡으면 정상급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매끄러운 리빌딩을 가장 잘 하는 구단이다. 이미 정진호, 국해성, 류지혁, 서예일 등 내, 외야에 수준급 젊은 선수가 즐비하다. 마운드에도 이영하, 김명신, 박치국 등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가 많다. 4선발 함덕주와 마무리 김강률은 이제 본격적인 전성기다.

FA, 외국인선수 등의 행보가 변수이긴 하다. 이번 FA 시장에도 민병헌, 손아섭, 강민호 등 대어급이 즐비하다. 이미 KBO리그 유턴을 선언한 황재균에 김현수의 복귀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들의 행선지에 따라 상위권 지형도가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도 KIA와 두산이 전력에 큰 손실만 없다면 짜임새에선 나머지 구단들에 밀릴 이유가 없다.

KIA 김기태 감독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서 "두산과 같은 강팀과 한국시리즈서 맞붙을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했다. 김 감독 특유의 겸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실제 두산을 호적수로 여기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발언이기도 했다. 당시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김기태 감독은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라고 했다. 이렇듯 두 사령탑은 서로를 진심으로 인정한다.

SK, 삼성 왕조가 몰락한 뒤 두산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통합우승 1회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KIA가 두산의 통합 2연패를 저지했다. 여전히 두 팀의 전력은 대동소이하다. 이제 KIA와 두산이 왕조건설을 위한 스타트 라인에 섰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두 팀 모두 강해질 수 있다. 새로운 라이벌이 될 조건을 갖췄다.

[한국시리즈 장면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