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그, 패대기+홈런으로 보여준 '야생마의 승부욕'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올해도 '한풀이 시리즈'가 열리고 있는 월드시리즈. LA 다저스는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 정복을 노리고 있고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창단 55년 만에 첫 우승을 목표로 한다.

다저스의 홈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2차전은 시소 게임으로 끝났다.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경기에서는 작은 플레이 하나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수들이 예민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26일(한국시각)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다저스의 우익수로 나선 야시엘 푸이그가 다이빙 캐치를 실패하고 글러브를 패대기치는 장면도 그런 맥락이다.

다저스가 3-1로 앞선 8회초 선두타자 알렉스 브레그먼이 우측으로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푸이그는 몸을 날렸고 간발의 차로 타구를 놓치고 말았다. 브레그먼은 그라운드 룰 더블로 2루에 안착.

그러자 푸이그가 글러브를 내팽개치며 씩씩 거렸다. 평소 '악동'으로 통하는 그이지만 이 장면에서는 단순한 화가 아닌 승부욕을 엿볼 수 있었다. '야생마'라는 또 다른 별명처럼 타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것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스스로 분노를 표출했다.

마침 푸이그가 아깝게 잡지 못한 주자 브레그먼은 카를로스 코레아의 중전 적시타로 득점, 휴스턴이 1점차로 다가섰고 9회초 마윈 곤잘레스의 동점 솔로포로 기사회생했으니 푸이그가 아쉬워할만 하다.

푸이그의 강한 승부욕은 타석으로 이어졌다. 다저스가 연장 10회초 호세 알투베와 코레아에 백투백 홈런을 맞고 3-5로 끌려가자 10회말 좌월 솔로홈런으로 꺼져가던 불씨를 살린 것이다. 다저스는 키케 에르난데스의 우전 적시타로 5-5 동점을 이루는 근성을 보였다. 그리고 그 선두에 푸이그가 있었다. 결과는 다저스의 패배였다. 11회 접전 끝에 6-7로 패했다.

푸이그가 글러브를 내던지는 장면에서 오버랩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회말 최형우의 타구가 잔디를 맞고 불규칙바운드로 튀면서 2루수 오재원이 잡지 못하고 우중간 안타로 빠져 나갔다.

불규칙바운드란 불가항력의 상황에도 오재원은 타구를 잡지 못한 아쉬움에 글러브를 패대기쳤다. 이어 나지완이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2루 기회로 이어져 오재원의 아쉬움은 더 커질 뻔했다. 그러나 안치홍이 3루수 병살타를 치면서 한숨을 돌렸고 이범호가 삼진으로 물러나 KIA의 8회말 공격은 아무 일 없이 끝났다. 결국 두산이 5-3으로 승리, 한국시리즈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오재원도 승부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선수 중 1명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오재원은 타구를 잡기 위해 죽기살기로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자를 벗어 던지면서 타구를 쫓는 오재원의 승부욕은 우승을 향한 열망을 알 수 있게 한다.

[푸이그가 타구를 잡지 못한 아쉬움에 글러브를 내던지고 있다. 사진 = AFPBBNEWS]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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