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결산] 삼성, 과도기? 암흑기?…‘유종의 미’는 건졌다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만만치 않은 시즌이 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최종 결과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참혹했다. 삼성이 흑역사를 쓰며 시즌을 마쳤다.

삼성 라이온즈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서 2년 연속 9위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최종 전적은 55승 84패 5무 승률 .396. 삼성이 창단 후 기록한 한 시즌 최다패였고, 승률 역시 구단 역사상 가장 낮은 수치였다.

▲ 삼성의 2017시즌

삼성은 지난해 FA 시장에서 우규민을 영입했지만, 최형우(KIA)와 차우찬(LG)은 붙잡지 못했다. 전력 손실이 뚜렷한 상황서 시즌을 시작한 것. 실제 삼성은 시즌 초반 마운드가 무너져 10년만의 7연패에 빠졌고, 개막 후 40경기 전적은 10승 2무 28패였다. 꼴찌에 대한 위기여론이 조성된 것은 물론, ‘KBO리그 사상 첫 100패’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이때쯤이었다.

윤성환과 재크 페트릭의 분전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던 삼성은 5월 중순 이후 반격에 나섰다. 구자욱-다린 러프-이승엽 등 중심타선이 위력을 발휘한 가운데 김대우의 깜짝 활약, 심창민-장필준의 지원이 더해져 점차 이기는 경기에 익숙해진 것. 삼성은 6월에 13승 1무 12패를 기록, kt 위즈를 끌어내리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치른 11경기에서도 5승 1무 5패로 선전했다.

하지만 삼성의 반격은 여기까지였다. 두산 베어스와의 홈 3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8월을 시작한 삼성은 종종 끈질긴 승부를 벌이기도 했지만, 6~7월에 비해 승수를 쌓는 속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앤서니 레나도와 페트릭이 나란히 부상을 입었고, 우규민 역시 기복을 보였다. 윤성환만으로 버틸 순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삼성은 이렇다 할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물론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자욱은 올 시즌 역시 성장세를 이어갔고, 생애 첫 20홈런 고지도 밟았다. 심창민-장필준은 삼성의 새로운 필승조로서 가능성을 보여줬고, 삼성은 오는 7일부터는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도 참가한다. 삼성이 교육리그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유망주들의 성장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이승엽의 은퇴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이승엽은 지난 3일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치른 은퇴경기서 연타석홈런을 터뜨리며 스스로 은퇴무대를 빛냈다. 막판 넥센에 추격을 허용했지만, 삼성은 결국 10-9 승리를 따내며 “팀이 오늘만큼은 나를 위해 이겨줬으면 좋겠다”라는 이승엽의 바람에 화답했다. 적어도 ‘유종의 미’는 거두며 시즌을 마친 셈이었다.

▲ MVP : 다린 러프

4월까지 타율 .143에 그쳤던 타자가 타점왕을 차지할 것이라 그 누가 예상했을까. 그만큼 다린 러프는 강렬한 반전 스토리를 썼고, 2년 연속 9위에 그친 삼성은 러프의 활약에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었다.

러프는 올 시즌 134경기서 타율 .315 162안타 31홈런 12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8~9월에 총 52타점을 수확, 최형우를 밀어내고 타점 1위에도 올랐다. 외국인타자가 타점왕을 차지한 것은 2008년 카림 가르시아(당시 롯데) 이후 9년만의 일이었다.

3~4월 18경기서 타율 .167(60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에 그쳤던 러프는 2군에 다녀온 후인 5월부터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멀티히트를 때려내는 경기가 잦아졌고, 테이블세터가 안정감을 더하자 타점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득점권 타율(.379)은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승엽이 은퇴를 선언한 삼성의 비시즌 선결과제는 러프와의 재계약 아닐까.

[삼성 선수들(상), 다린 러프(하).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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