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의 솔.까.말] 씁쓸 종영 '맨홀', 배우도 스태프도 고생 많았다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맨홀’은 여러 의미로 꽃길이 아닌, 고생길로 가득한 드라마였다.

지난 28일 KBS 2TV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극본 이재곤 연출 박만영, 이하 ‘맨홀’)이 16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맨홀’은 시청자에게도 드라마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드라마다. 고생한 만큼 빛을 보지 못한 드라마가 ‘맨홀’이기 때문.

초반 ‘맨홀’은 시청률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배우들의 열연만으로는 고정 시청층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드라마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출생의 비밀도 재벌도 없는, 상대적으로 한국드라마 치고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신선한 소재였지만 이를 매력적으로 풀어내지 못했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기준이 모호했고, 다른 시간대로 타임슬립되면 시간여행으로 촉발된 일들이 리셋 된다는 설정조차 확실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개연성을 잃어갔고, 브라운관에서 고군분투하는 배우들을 감안함에도 드라마적 재미보다는 허점이 더 많이 보였다. 그나마 나름 재기발랄했던 초반과 막힘없이 술술 풀렸던 마지막회가 아니었다면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드라마로 기억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할 수준이다.

작가가 추가 투입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KBS 측의 주장을 믿어보자면, 경쟁력 강화라는 이유로 작가와 PD를 추가 투입했지만 새로운 시청자를 확보하고 시청률을 심폐소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1991년 시청률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 시청률인 1.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벗어나는가 싶다가도 다시 1%대로 곤두박질치길 거듭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은 배우, 스태프들의 고군분투다. ‘맨홀’은 김재중 스스로 “16부작인데 32부작을 찍은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힘든 작품. 뛰지 않는 봉필(김재중)의 모습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을 정도니 주연배우 김재중의 고생을 짐작할 만하다.

여기에 한 작품이지만 1인 다역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변주된 인물, 설정 등을 소화해야만 했고 생방송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촬영이 진행됐으니 김재중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 이들과 함께 하는 스태프, 배우들이 브라운관 안에서 팔딱거리며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모든 판을 완벽히 짜 놔야하는 드라마 스태프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보통 드라마는 시청률로 평가 받기 마련이다. 간혹 시청률이 저조하지만 드라마적 완성도가 뛰어나 이를 상쇄시키는 경우도 있다. 결과 중심인 업계에서 노력만으로 호의적 평가를 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맨홀’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다른 드라마 몇 편을 함께 찍는 듯한 고생길을, 시청률 저조로 사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그것도 제 몫을 해내며 16회까지 견뎌온 배우와 스태프들이라면 결과와 상관없이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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