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TV] '썰전' 김구라 "내 이름이 거기에" 블랙리스트 언급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제가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더라고요."(김구라)

JTBC '썰전'이 MB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 파문을 다뤘다. 최근 많은 방송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이지만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한 명인 개그맨 김구라가 MC를 맡고 있고, MB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교수가 패널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21일 밤 방송된 '썰전'에서 김구라는 "(블랙리스트) 총 82명, 그 중 방송인 8명에 내 이름이 들어가있더라"며 이야기의 운을 띄웠다. 이 말에 유시민 작가는 "영광이지"라는 너스레로 김구라를 위로했다.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당시 정부 비판 성향의 유명인사들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블랙리스트에는 김구라를 비롯해 김여진, 문성근,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명계남,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故 신해철, 이창동, 박찬욱 등 82명의 이름이 담겨있다.

김구라는 "어떤 분들은 과거 인터넷 방송 시절을 생각하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김구라는 방송을 많이 하는데 왜 저기 들어가 있지?'라고 생각하기도 하더라.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한다"고 보도 이후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그렇다치더라도 김미화, 문성근 등은 많은 피해를 당했다고 하더라. 이건 또 그 분들 개인에게는 생존과 관련된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유시민 작가는 박형준을 향해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잘 할 수 있겠냐? 이제는 박형준이 아는 것을 얘기해도 될 것 같다. 본인이 한 것은 아니라도…"며 입장표명을 요청했다.

유시민의 말에 박형준은 "이런 상황이 곤혹스럽고 여러가지 감정이 들어 착잡하다"며 "언론보도대로 구체적인 외압, 불이익, 탄압을 가했다면 이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나도 국정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조사를 통해 밝혀지면 책임 있는 자세로 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블랙리스트가 문제라는 인식은 동일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유시민과 박형준이 조금씩 달랐다. 박형준은 "블랙리스트 중 많은 숫자가 영화감독이다. 영화감독은 민주노동당 지지를 한 사람이 많다. 나머지에는 (이명박) 대통령 비판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초반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그 때 청와대에 들어갔다. 우리 쪽 시각에는 (광우병 사태가) 왜곡으로 인해 커졌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 때 연예인이 SNS 등에 남긴 한 마디가 기름에 불을 지르는 티핑포인트가 됐다고 분석을 했다. 이명박 정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떤 정부이건 강경파가 있고, 온건파가 있는데 강경파에서는 초반부터 이런 일을 겪었으니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물론 이에 따른 불법 행위는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시민은 "당시 하나하나의 일로는 전체적인 퍼즐이 맞춰지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의 '시'가 심사 과정에서 지원 대상에서 배제가 됐고, 진중권 교수는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윤도현과 김미화는 갑자기 방송에서 하차를 하는 일이 있었다. 지금 보니 영향력을 감소시켜야 할 인물을 리스트로 작성해서 이들이 대중 앞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광범위하게 진행된 흔적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토론 말미 박형준은 "권력의 어두운 유혹이 드리운 긴 그림자"라는, 유시민은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도 전하는 말이다"는 의미심장한 한줄 평을 남겼다.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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