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윈드리버’, 테일러 쉐리던이 미국을 비판하는 방법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테일러 쉐리던은 할리우드에 혜성같이 등장한 작가 겸 감독이다. 오랜 시간 단역배우로 활약했던 그는 ‘시카리오’ ‘로스트 인 더스트’ ‘윈드리버’ 세 편의 시나리오를 6개월만에 완성했다. 앞선 두 편은 스튜디오에 판매할 목적으로 썼지만, ‘윈드리버’는 자신이 감독을 맡겠다고 결심했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배우생활을 하다가 무엇인가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 가톨릭 교회를 찾았다. 그곳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자 한 여인의 소개로 LA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쯤 떨어진 곳에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을 찾았다. 인디언 친구를 사귀면서 영적인 안정감을 찾은 뒤에 여러 지역의 보호구역에서 지내며 인디언 문화와 친근감을 쌓았다.

테일러 쉐리던은 인디언과 지내면서 그들이 보호구역으로 밀려나 인간다운 생활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인디언을 강제이주 시켰다. 실업률은 85~95%에 달하고, 인구의 97%가 연방이 정한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청소년의 75%가 학교를 그만뒀으며, 당뇨병이 유행병처럼 일상화돼 있다.

테일러 쉐리던은 인디언 친구들에게 “내 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내 누나가 어떻게 희생됐는지 들려줄게” 등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보호구역의 문제점을 실감했다. 그는 언젠가 인디언 이야기를 ‘냉정하게’ 그리겠다고 마음 먹었다

‘윈드리버’는 설원에서 우연히 발견된 시체,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두 개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영화는 시종 건조하고 차가우면서도 강렬하게 백인이 저지른 범죄를 파헤친다. 한마디로 ‘냉혹의 스릴러’다.

그는 인디언의 아픔을 체화하며 미국 국경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졌다. 멕시코 후아레스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전쟁(‘시카리오’), 남부 텍사스 지역에서 금융자본에 밀려나는 하층민의 삶(‘로스트 인 더스트’)으로 영역을 넓히며 ‘미국 국경 3부작’을 완성했다. 후아레스, 남부 텍사스 역시 그가 머물던 곳이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며 미국의 정책 실패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테일러 쉐리던은 국경과 변방에서 무너지고 있는 미국의 뼈아픈 현실을 직시했다.

예술가의 임무 중 하나는 현실 고발이다. 할리우드 대자본이 외면하고 있을 때 그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미국의 환부를 파고 들었다. 결국 세 작품은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미국인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테일러 쉐리던은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윈드리버’로 주목할만한 시선상 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의 수상소감은 한국의 감독도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이다.

“북미 출신의 주민들을 대우하는 방식은 우리 국민의 큰 부끄러움입니다. 슬프게도, 우리 정부는 냉담과 착취의 교활한 혼합으로 그 수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인디언을 괴롭히는 문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우리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해야할 일은 주먹으로 움켜 쥐고 비명을 지르는 것입니다.”

[사진 제공 = 유로픽처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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