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레일리가 전하는 후반기 반등·첫 아이·가을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외국인투수 브룩스 레일리의 후반기 모습은 완벽에 가깝다. 10경기에 나서 무려 9차례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고, 꾸준히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2.48을 남겼다. 후반기 다승, 평균자책점, 퀄리티스타트, WHIP(1.07) 모두 리그 1위. 사실상 리그 정상급 투수라 해도 손색없는 기록들이다.

지난 13일 잠실 LG전에 앞서 만난 레일리는 “올스타 휴식기 전에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린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고 있어 기쁘다”라며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3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를 위해 열심히 응원 중이다”라고 최근 경기에 임하는 마음을 전했다.

사실 레일리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지난 2년 활약에 힘입어 올해도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전반기 잦은 기복으로 1선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 5월과 6월의 월간 평균자책점은 모두 6점대를 넘었다. 롯데는 거듭된 부진에 한 때 그와 닉 애디튼을 두고 교체와 관련한 저울질을 하기도 했다. 이랬던 레일리가 후반기 기적 같은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레일리는 반전의 요인으로 올스타 휴식기를 꼽았다. 휴식기 동안 그는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휴식기 동안 자신감을 되찾는데 주력했다. 전반기에 못 던지기도 했고 운도 없었는데 그러한 기억들을 모두 다 내려놓고 내 공을 믿으려 했다”라는 게 구체적인 생각의 내용. 이렇게 마음을 가다듬은 결과 부담이 줄어들었고, 레일리는 마운드에서 보다 편안하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그는 아울러 지난해보다 수비가 탄탄해진 야수들에게 호투의 공을 돌렸다. 레일리는 “특히 올 시즌 문규현, 앤디 번즈 등 내야진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요즘에는 수비를 믿고 던진다”라며 “포수 강민호와도 계속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지난 3년간 함께 맞춰봤던 것들이 후반기에 한 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러한 상승세와 함께 레일리 개인에게도 경사가 찾아왔다. 지난주 아내가 첫 아이를 출산한 것. 레일리는 딸의 탄생을 보기 위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출산 휴가를 다녀왔다. 딸의 이름은 레일린 레일리. 이름과 성이 비슷하다. 이에 대해 레일리는 “아내의 이모가 유방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이모의 이름이 '린'이었다. 그를 기리기 위해 '레일리+린=레일린'으로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젠 한 팀의 에이스를 넘어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책임감 또한 더욱 커졌을 터. 레일리는 “확실히 책임감을 더 느낀다. 이 뿐만 아니라 세상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래도 무엇보다 산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해 기쁘다”라고 웃었다.

레일리는 눈은 이제 KBO리그 데뷔 첫 가을야구로 향하고 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5위에 4경기 차 앞선 4위 롯데의 포스트시즌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레일리는 데뷔 3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그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라고 설렘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후반기 우리가 했던 경기들이 플레이오프와 비슷했다. 접전이 많았고 어려운 상대도 많이 만났다. 이런 경험들이 포스트시즌에 도움이 될 것이고, 우리 선수들이 지금의 모습을 이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후반기 레일리가 살아나자 롯데가 살아났다고 봐도 될 정도로 레일리의 투구는 훌륭했다. 또한 공교롭게도 후반기 레일리가 나선 10경기서 롯데는 9승 1패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레일리가 후반기 팀을 이끌고 있다. 거의 완벽한 투구다”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레일리는 후반기 그렇게 에이스로 재탄생했다.

[브룩스 레일리.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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