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신태용 인터뷰로 복기한 우즈벡전

[마이데일리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안경남 기자]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결과에 비해 부실한 내용은 러시아월드컵까지 많은 숙제를 남겼다. 신태용 감독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에서 공격보다 수비 전술에 무게를 두며 실점하지 않는 경기를 최우선 목표로 뒀다. 이것이 상대의 결과에 의존한 소극적인 접근이란 비판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 골도 허용하지 않으며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최근 현대 축구의 가장 큰 전술적인 흐름은 한 경기 안에서 다양한 전술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일명 ‘하이브리드 포메이션’으로 불리는 이 전략은 공격과 수비 심지어 상대 진영에서 끊겼을 때 진영을 다르게 가져간다. 축구는 생물과 같다. 정해진 포메이션 안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위치를 특정 전술로 표기하긴 쉽지 않다. 공격할 때와 수비할 때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다르게 가져가는 건 그래서다.

우즈벡과의 일전에서 신태용 감독은 변칙적인 전략을 들고 나왔다. 시작은 4-2-3-1이었지만 4-4-2와 3-4-3을 끊임 없이 오갔다. 상대에게 빈 틈을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해 공수 전략을 다르게 가져간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비록 골대 불안 속에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 무실점이란 소기의 성과로 이어졌다.

“경기장에서 3가지 전술을 같이 썼다. 스타팅은 4-2-3-1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상대가 끊고 올라올 때는 4-4-2를 사용했고, 우리 수비 진영에선 3-4-3으로 갔다. (윙백이 내려오면) 5-3-2로 볼 수 있다. 선수들에게 3가지를 나눠서 지시했다”

경기 전 축구협회에서 공개한 대표팀 포메이션은 스리백을 바탕으로 3-4-3이었다. 이란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수행한 장현수에게 포어리베로 역할을 맡기고 소속팀 FC서울과 수원삼성에서 윙백으로 뛰거나 경험한 김민우와 고요한을 선발로 내세운 전략이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포메이션은 스리백이 아닌 포백을 유지했다. 김영권과 김민재가 투 센터백을 보고, 장현수와 정우영이 투 홀딩에 자리했다. 숫자로 표기하면 4-2-3-1에 가까웠다. 신태용 감독도 처음에는 수비수 4명과 미드필더 2명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란전과 같이 골격을 유지한 것이다.

그러면서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포메이션이 시시각각 변화했다. 빌드업을 진행하다가 우즈벡에게 끊겼을 때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권창훈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원톱 황희찬과 함께 두 줄 수비에 가까운 4-4-2 포메이션을 전환했다. 공격과 수비 사이의 간격을 좁혀 우즈벡의 역습을 빠르게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마지막 단계는 공이 우리 진영으로 넘어온 다음이었다. 우즈벡이 공을 소유하고 세르게예프와 제파로프, 쇼무로도프가 한국 포백 수비 사이로 전진할 때는 장현수가 투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스리백을 구축했다. 신태용 감독이 수비할 때는 3-4-3이라고 말한 이유다.

상당히 복잡한 시스템이다. 특정 포메이션을 단정짓기 어려웠기 때문에 누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부여 받았는데 알기 힘들었다. 신태용 감독도 “아마 현장에서 보신 분들은 헛갈릴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상대에게 복잡한 건 우리에게도 복잡하다.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던 만큼 한 경기에서 3가지 전술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이는 한국이 전반에 다소 어수선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낯선 잔디와 환경 그리고 복잡한 전술로 선수들간에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장현수와 정우영이 포백 가까이 내려와 공격 이선과의 거리가 멀어져 역습 상황에서 공격 숫자가 부족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에게 무조건 이겨야 했다. 그래서 전반부터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반에는 대등하게 경기를 하더라도 급하게 갈 것 없다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우즈베키스탄이 후반에 체력이 떨어져 실점이 많았던 것을 생각했다. 골이 없었지만 막판 상대를 압박한 만큼 전략이 적중했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서두르지 말 것을 지시했다. 같은 시간 시리아가 이란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려 한국이 조 3위로 내려갔지만 사전 분석을 통해 우즈벡의 체력이 후반에 떨어진다고 판단한 신태용 감독은 수비적으로 전반에 실점하는 않은 것에 최대한 초점을 맞췄다.

“이동국과 염기훈이 들어간 뒤에는 4-4-2로 바꿨다. 우즈벡에서 게인리히를 투입하는 걸 보고 잘 됐다고 생각했다. 많이 뛰지 못하는 선수기 때문에 우리가 상대를 더 압박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반 막판 부상으로 장현수가 구자철로 교체된 뒤에도 기존 전략은 그대로 진행됐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에도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정우영이 장현수가 했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구자철이 전진된 위치까지 올라오면서 벌어졌던 공격과 수비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좀 더 확실한 변화는 후반 19분 염기훈과 후반 34분 이동국이 들어온 뒤였다. 신태용 감독은 “둘이 들어가면서 4-4-2로 바꿨다”고 했다. 이동국과 황희찬이 투톱에 서고 손흥민, 염기훈이 사이드로 이동했다. 우즈벡도 교체를 시도했다. 라시도프에 이어 게인리히가 투입됐다. 신태용 감독은 “게인리히가 들어온 걸 보고 잘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활동량이 부족한 게인리히가 들어오면서 한국이 수비적으로 3백을 가동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효과는 있었다. 염기훈이 수원에서 짝을 이루는 김민우와 측면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공격이 살아났다. 동시에 이동국이 전방에서 기회를 잡으면서 유효슈팅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동국의 헤딩은 크로스바를 맞았고 손흥민의 슈팅은 골문 옆으로 흘렀다. 결정력의 문제일 수도 있고, 운의 문제일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도 “골이 안 들어가서 안 좋은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가 준비한대로 나름 좋은 경기를 했다”고 평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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