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뮤지컬 '벤허', 박성환 아닌 박민성의 데뷔작이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박성환이 박민성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을 알렸다. 이름을 바꾼 만큼 마음가짐도 다르고 각오도 남다른 그는 뮤지컬 '벤허'와 함께 첫 걸음을 떼게 됐다.

뮤지컬 '벤허'는 유다 벤허라는 한 남성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를 완성도 높게 담아낸 창작 뮤지컬. 극 중 박민성은 뮤지컬 '벤허'에서 벤허의 친구지만 후에 그를 배신하는 메셀라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와 디테일한 내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실 박민성은 태어날 때 지어진 그의 원래 이름이다. 그러나 초등학생 시절 어린 마음에 중성적인 이름이 싫어 부모님께 이름을 바꿔달라고 했고 개명을 하게 됐다고. 그렇게 박성환으로 활동을 하게 됐고, 10여년이 흘렀다.

박민성은 딱 10년차가 된 이 때 터닝포인트가 되어볼 생각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물론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10년을 활동했으니 날 박성환이라고 알아주시는 분들도 많고 관객, 관계자 많을테니 말이다"고 운을 뗀 그는 "그래도 한 번 뭔가 새로운 계기가 되어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뮤지컬 '벤허'를 기점으로 해서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성환이란 이름도 좋은데 조금 평범한 것 같았거든요. 그렇다고 민성이라는 이름이 더 특별하진 않지만 어릴 때부터 썼던 이름이고 해서 동네 어르신들은 아직도 민성이라 부르는 분도 계셔요. 어색하진 않죠.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아요. 터닝포인트가 되고 싶은 마음에 바꿨죠."

박민성은 뮤지컬 '벤허'를 기점으로 새로워지고 싶었다. 이름까지 바꿨으니 각오도 남다르다. 이름을 바꾸고 첫 시작인 만큼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는 "관객 입장으로 '벤허'를 봤을 때 되게 좋았다. 단순히 권선징악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나약한 인간의 모습들이 '벤허'를 통해 관철되는 게 좋았다"며 "수많은 고통과 시련 속에서 이겨내고 감내하는 것들을 보면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습하면서 고뇌했던 것들이 작품을 보면서 많이 와닿더라"고 말했다.

"사실 연습 때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작품을 할 때 여유 부리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래도 어느 정도 연습하면 '이 정도 하면 됐다' 싶은 느낌은 있거든요. 근데 '벤허'는 뭘 해도 제 자신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이렇게 맹목적으로 임한 작품은 오랜만이에요. 진짜 죽자 살자 했어요. 올해 여름은 '벤허'에 미쳐서 보냈죠. 이 여름을 다 바쳤어요."

그가 연습에 미칠 수 있었던 이유는 팀 분위기에 있다. 선후배 할 것 없이 모두가 연습실에서 미쳐 있었다. 특히 앙상블은 그에게 자극이 됐다. "너무 훌륭한 친구들이다"고 입을 연 박민성은 "정말 대박으로 연습을 하더라. 앙상블 배우들이 없었으면 정말 이런 퀄리티가 안 나온다. 처음부터 '우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처음 리딩할 때부터 대박이라는 생각 뿐이었어요. 합창에서 주는 압도감도 상당하죠. 정말 장관인 장면들도 많고요. 워낙 흔들림 없이 탄탄한 배우들과 하다 보니 저 역시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누구 하나 낙오하지 않고 그렇게 연습 했던 것 때문에 더 탄탄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다같이 너무나 열심히 했습니다."

'뮤지컬 밑바닥에서'에 이어 함께 하게 된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에 대한 믿음도 여전했다. "저만의 생각인데 그래도 연출님이 어느 정도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에 저를 또 캐스팅한 게 아닐까요?"라며 웃은 박민성은 "왕용범 연출님은 정말 카멜레온 같은 분이고 이성준 음악감독님은 그만의 섹시함이 있는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왕용범 연출님은 워낙 혈기왕성한 분이라 같은 모습만 있진 않다. 작품에 따라 다르다. 이성준 음악감독님은 뇌만 따로 갖고 싶을 정도"라며 크게 웃었다.

"두 분 다 대단한 천재예요. 그러니 두 분이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죠. '프랑켄슈타인'부터 시작해서 '벤허'는 한단계 더 나아간 것 같아요. 두 분은 서로를 믿지만 또 서로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것 같아요. 물론 창작의 고통의 일환인데 그렇게 해야 이게 탄생이 되지, 적당히 타협해서는 그렇게 나올 수 없죠. 그들이 걸어가는 길에 동참하는 게 정말 좋아요."

연출과 음악감독, 동료 배우들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있으니 박민성 역시 공연에 대한 사명감이 남다르다.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모든 배우들이 완벽하게 준비가 돼있다"며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연습량, 실력들이 상당하다"고 자신했다.

악역에 대한 고민도 깊다. 뮤지컬 '조로'에서 악역을 해본 경험은 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다르다. 메셀라에게는 아픔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표현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를 감싸고 있었을 아픔과 슬픔, 분노와 상처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

"같은 악역이라도 너무나 색깔이 다르다"고 밝힌 박민성은 "대본에 있는 캐릭터에 뼈와 살을 붙이고 입체적으로 만들긴 하지만 왕용범 연출님 대본은 워낙 캐릭터가 명확해 명쾌하게 해석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굳이 캐릭터를 억지스럽게 만들지 않더라도 나오는게 있어요. 정말 연출님만 믿고 가면 되죠. 나만의 메셀라를 위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 고민의 시간들이 겹치고 겹치고 쌓였을 거라 생각해요. 고민한 흔적들이 무대에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죠. 한걸음 걸을 때 그런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캐릭터의 향기요."

박민성으로의 첫 시작을 함께 한 작품인 만큼 애정도 상당하다. 이제까지 해왔던 모든 작품들에 애정을 쏟았지만 '벤허'는 이름을 바꾼 그가 처음 함께 하는 창작 뮤지컬인 만큼 그 마음이 어쩌면 당연하다.

"'벤허'는 정말 가슴 깊이 품고 갈 수 있는 뜨거운 작품이에요. 대작이 나온 것 같아요. 기대하고 오셔도 좋고 많은 감동을 갖고 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세상 멋진 악역 메셀라를 보여드릴테니 기대하고 오셔도 좋아요. 박성환 아닌 박민성으로 데뷔작이에요. 그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릴 자신 있습니다."

뮤지컬 '벤허'. 공연시간 170분. 오는 10월 29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사진 = 쇼온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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