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아무도 래쉬포드를 막지 않았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2년 만에 무실점 3연승을 달렸다. 10골을 넣었고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올드 트래포드 팬들에겐 최고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 무리뉴 감독은 “승점 9점을 의미 없다. 지난 시즌에도 개막 후 3연승을 달렸지만 우리는 6위였다”며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맨유는 진땀 승부를 펼쳤다. 폴 포그바의 슈팅은 골문을 계속해서 빗나갔고, 로멜루 루카쿠는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70분에서야 마커스 래쉬포드의 선제골이 나왔고, 82분 마루앙 펠라이니의 추가골이 나온 뒤에야 무리뉴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포메이션

무리뉴 감독은 선발 명단에 1명의 변화를 줬다. 래쉬포드가 벤치로 내려가고 앙토니 마샬이 첫 리그 선발 기회를 잡았다. 나머지 포지션은 같았다.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루카쿠가 최전방에 서고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공격형 미드필더에 자리했다.

크레이그 셰익스피어 감독은 개막 후 3경기에서 모두 똑 같은 베스트11을 가동하고 있다. 제이미 바디가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하고 일본 대표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가 처진 스트라이커로 뒤를 받쳤다. 중앙에는 윌프레드 은디디와 매튜 제임스가 포진했다.

#전반전

전술적인 측면에선 교체 변화를 제외하면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경기였다. 맨유는 앞선 두 경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했고 이는 레스터시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목할 점은 맨유의 공수 밸런스였다. 무리뉴 감독은 레스터의 역습을 대비하기 위해 네마냐 마티치의 전진을 극도로 제한시켰다. 실제로 마티치는 대부분의 시간을 하프라인 근처 혹은 아래에 머물렀으며, 오카자키가 공을 안정적으로 소유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다.

무리뉴 감독의 마티치 컨트롤은 두 골차로 앞선 상황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마티치가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를 시도하자 그는 큰 소리로 마티치에게 자신의 위치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무리뉴가 얼마나 레스터의 역습을 대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체

셰익스피어 감독이 먼저 교체를 통해 변화를 줬다. 처진 공격수(오카자키)와 윙어(마크 알브라이튼)을 불러들이고, 중앙 미드필더(앤디 킹)와 윙어(데마라이 그레이)를 내보냈다. 그러면서 포메이션도 4-4-1-1에서 4-5-1(혹은 4-3-3)으로 전환됐다. 이는 중앙 지역을 강화한 변화인데, 측면 미드필더가 자주 중앙으로 들어오는 맨유의 공격 패턴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선수가 후안 마타다.

이에 무리뉴 감독도 빠르게 반응했다. 7분 뒤 마타를 빼고 래쉬포드를 투입했다. 레스터가 중앙 숫자를 늘리자 사이드 플레이가 가능한 래쉬포드를 통해 측면 공략에 나섰다. 그리고 투입 3분 만에 효과를 봤다. 포그바와 래쉬포드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코너킥을 얻어 냈고, 미키타리안이 올린 코너킥을 래쉬포드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코너킥

레스터 수비는 코너킥 상황에서 래쉬포드를 완벽히 놓쳤다. 미키타리안이 킥을 하기 직전에 은디디, 킹, 바디 심지어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까지 손가락을 뻗어 래쉬포드를 막으라고 소리쳤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로에게 이를 미룰 뿐 아무도 래쉬포드를 마킹하지 않았다.

이는 교체에 따른 맨마킹 수비의 혼선으로 해석된다. 래쉬포드는 마타와 교체됐다. 이전까지 코너킥에서 마타를 막은 선수는 바디였다. 신장이 작은 마타는 코너킥 상황에서 페널티박스 외곽에 자리했다. 역습의 선봉에 서는 바디가 막기 쉬운 자리다. 그런데 래쉬포드는 마타와 달리 박스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레스터 선수들은 누가 래쉬포드를 막아야 하는지 헛갈렸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래쉬포드는 여유있게 레스터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전

선제골이 터지자 무리뉴 감독은 미키타리안 대신 펠라이니를 투입했다. 실점 후 직선적인 롱볼 축구를 구사하려는 레스터의 제공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술적인 변화였다. 또한 지친 마샬을 빼고 제시 린가드를 잇따라 내보내며 공격에 속도를 더했다.

무리뉴의 판단은 적중했다. 린가드와 펠라이니는 후반 37분 추가골을 합작하며 2-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무리뉴는 “누가 선발로 뛰고, 교체로 뛰는 건 중요하지 않다. 변화는 적중했고 래쉬포드, 펠라이니, 린가드의 활약에 기쁘다”며 “(루카쿠가) 페널티킥을 놓치고 약 30분 가량 힘들었지만 우리는 무너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찬스를 만들었고 끝내 득점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총평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시즌 맨유 스쿼드의 가장 약한 곳은 측면 풀백 포지션이다. 이날도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달레이 블린트는 라인을 좁게 유지하는 레스터를 상태도 사이드 지역에서 많은 공간을 확보했지만 부정확한 크로스로 기회를 낭비했다. 레스터가 교체 이후 코너킥 수비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했다면 맨유에게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 = AFPBBNEWS, TacticalPAD, SPOTV 영상 캡처]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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