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 '3일간의 비' 이윤지 "친절하지 않은 작품, 토론 많이 했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친절하지 않아 더 매력적인 작품이 있다. 처음엔 이해되지 않다가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러가지 시선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배우 이윤지는 연극 '3일간의 비'를 통해 불친절 속에서 매력을 전하고 있다.

연극 '3일간의 비'는 1995년과 1960년대의 다른 두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들여다 보는 작품. 극중 이윤지는 1인 2역으로 30대 모범적인 가정주부 낸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그녀의 어머니 라이나 역을 연기한다.

인물 및 이야기 전개가 다소 불친절한 만큼 이윤지 역시 "많이 볼수록 이해된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어려워서라기보다 정보가 많고 시대적 배경과 인물도 바뀌기 때문에 그에 따른 혼란이다.

그러나 이윤지는 "친절하진 않지만 매력적이다"고 확신했다. "배우로서는 굉장히 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초연이기 때문에 얻을 팁이 없었지만 3일간 비가 내리는 동안 우리가 역사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오만석 연출님도 엄청 난감하셨을 것 같아요. 토대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근데 책으로 읽으면 또 달라요. 크게 대단한 사건은 없지만 '왜 이렇게 친절하지 못해?' 이런 느낌은 못 받았어요. 연극 무대에 올리는 과정은 또 다른 거죠. 사실 무대 위에 올려야 할 때는 고민이 많았지만 각색을 읽었을 때 너무 흥미로워서 선택에 있어선 고민이 없었어요."

불친절한 작품이다 보니 배우들간의 토론도 활발했다. "문창과 학생들처럼 토론을 많이 했다"고 밝힌 이윤지는 "내 해석이 맞는지, 또 맞다고 할 수는 없으니 서로 비교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맨날 토론하며 연습했어요. 처음 올렸을 때 '너네가 뭐? 알고 하는 거야?' 같은 날이 선 느낌도 있었죠. 지금은 괜찮아졌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이미 우리도 날 서게 얘기를 많이 했던 상황이라 이해해요. 챙겨야 할 선이 많았으니까요. 선을 정돈하고 뭘 좀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면 좋겠는지, 작은 선들을 안 보이게 넣고 그런 작업들을 했죠."

1인 2역인 것도 그를 혼란스럽게 했다. 낸과 라이나는 워낙 다른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보니 이같은 차이점을 부각시키고 좀 더 발전시키는 세심함이 필요했다.

그는 "시대를 알리고 다른 캐릭터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1인 2역인데 끊어서 가지 않기 때문에 표현이 중요하다"고 고백했다.

"라이나는 성향상 자기를 갉아 먹는 느낌이에요. 영혼의 과잉이죠. 너무 많은 자아가 있어요. 낸도 정상이 아니죠. 정상이고 싶어서 많이 애쓴 거예요. 극 속에서 표현할 길은 없지만 내 마음 속은 사실 낸이 라이나를 많이 닮을까봐 두려워하는 걸 표현하고 싶어요.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인 사람이죠."

이윤지는 '3일간의 비'에 대해 "찝찝함"이라는 과감한 표현을 했다. "비를 맞고 왔을 때 바짓단이 젖어있듯 자기도 모르게 뭔가가 느껴지는 작품 같아요. 같은 연극을 봐도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그런 찝찝함이 있죠.(웃음)"

연극 '3일간의 비'. 공연시간 120분. 오는 9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2관.

[MD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악어컴퍼니, 나무엑터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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