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 김선영의 '레베카', 이 처절한 광기가 깊고 진한 감성을 만나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김선영을 만난 뮤지컬 '레베카'의 감성이 깊고 진해졌다.

뮤지컬 '레베카'는 사고로 죽은 전 부인 레베카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드 윈터와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사랑하는 막심과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I)'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결합해 그린 작품이다.

'레베카'엔 정작 레베카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마치 무대 위에 존재하는 듯 모든 이들이 레베카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레베카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부르짖는 인물이 바로 댄버스 부인. 그녀의 광기가 '레베카'의 주된 흥미 요소 중 하나다.

때문에 댄버스 부인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어두운 카리스마는 물론 공감시키기 힘든 감정을 무대 위에서 발현시켜야 한다. 단순한 카리스마가 아니다. 그 카리스마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있고, 이 감정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이 복잡한 감정을 설득시키고 인물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댄버스 부인 역을 연기하는 배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레베카'는 올해로 4번째 공연이다. 초연부터 댄버스 부인 역으로 함께한 신영숙, 옥주현을 비롯 차지연, 장은아가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아 '레베카' 무대에 올랐다. 댄버스 부인은 카리스마 만큼이나 깊은 광기를 드러내야 하기에 매번 캐스팅이 화제가 됐다.

이번 4연에서는 김선영이 새로운 댄버스 부인 역으로 합류했다. 이미 대한민국 뮤지컬계에서 넘치는 카리스마로 인기를 모은 그녀는 별명이 '여왕'일 정도로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에 김선영과 댄버스 부인의 만남은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무대에 오른 김선영은 댄버스 부인의 어두운 카리스마를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나 그녀만의 댄버스 부인에는 광기를 넘어선 슬픔이 드리워져 있다. 꼿꼿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부러지기 쉬워 보인다. 레베카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의 인생은 돌아보지 못한 댄버스 부인의 처절함이 김선영의 연기력을 만나 더욱 부각된다.

댄버스 부인 역을 연기하는 김선영의 연기력이 특히 돋보인다. 김선영의 댄버스 부인은 그저 광기 어린 인물로만 보이지 않는다. 한 인간이 어디까지 집착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인생이 흔들리는 한 인간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앞선 프레스콜에서 김선영은 "이상한 사람의 평범한 때도 분명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 레베카와 함께 있을 때부터 이 여자가 왜 변할 수밖에 없었을까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레베카의 욕망, 야망, 열정을 같이 공유하고 느끼면서 어느 순간 그것이 내 것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 욕망에 대해 쫓았다"며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와 분신처럼 느껴진 레베카가 사라진 것도 인정할 수 없고 그런 광기로 질주하게 되는 여정들이 첫 출발점이 어떻게 시작됐을까로 거슬러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김선영이 밝혔듯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에 집착하는 것을 넘어 자신과 동일시 한다. 그래서 더 무너지고 그녀의 슬픔이 배가 되어 전달되는 것. 김선영의 연기력이 댄버스 부인의 광기를 더 슬프게 그려낸다. 그녀의 깊고 진한 감성이 빛나는 순간이다.

벌써 4번째 무대에 오른 공연인 만큼 '레베카'의 완성도는 높다. 이 가운데 김선영을 비롯 새 캐스트인 이지혜 또한 새로운 '나'를 보여준다. 그녀의 '나'는 1막과 2막의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더 강인해지는 '나'의 모습으로 인해 댄버스 부인의 몰락이 더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이들과 함께 새로 합류한 정성화의 막심은 대체로 무난하다.

뮤지컬 '레베카'. 공연시간 170분. 오는 11월 12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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