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3백은 실패했고 지루는 성공했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스리백(back three:3인 수비) 전술에서 적절한 선수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지난 시즌 안토니오 콩테가 이끄는 첼시의 우승을 통해 확인했다. 단순히 3명을 세우는 것만으로 스리백 효과를 볼 순 없다. 각자의 역할 분담이 확실해야 하고 그 자리에 맞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부상으로 주축 수비수들을 잃은 아스널은 임기응변에 가까운 스리백을 가동했고 결과적으로 레스터시티에게 3골을 실점했다. 다행히도 아르센 벵거 감독답지 않은 빠른 교체로 전술을 수정했고 아론 램지와 올리비에 지루의 연속골로 재역전승에 성공했다.

#포메이션

벵거 감독은 첼시와의 커뮤니티실드에서 사용했던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알렉산드르 라카제트가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했고 지루는 벤치에 대기했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이 왼쪽 윙백에 섰고 나초 몬레알과 세아드 콜라시나츠, 롭 홀딩이 스리백을 구축했다.

크레이그 셰익스피어 감독은 레스터 시티의 전통 방식인 두 줄 수비로 경기를 시작했다. 제이미 바디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고 오카자키 신지가 처진 스트라이커를 맡았다. 포백에는 올 여름 헐시티에서 영입한 해리 맥과이어가 선발로 나왔다.

#스리백

라카제트가 경기 시작 1분 37초만에 데뷔골을 터트리며 아스널이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레스터는 3분 뒤 오카자키의 동점골과 전반 29분 바디의 추가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 막판 대니 웰백이 다시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후반 11분 바디가 다시 헤딩골을 터트리며 아스널 팬들을 절망에 빠트렸다.

레스터의 3골은 아스널 스리백의 약점을 파고든 결과였다. 3골 모두 측면 크로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2골은 코너킥이었고, 1골은 아스널의 패스 실수를 가로챈 카운터어택에 의한 크로스였다.

아스널 스리백은 제공권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몬레알(178cm)과 콜라시나츠(183cm)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센터백을 보기엔 신장이 크지 않다. 더구나 바디와 오카자키의 키가 더 작았음에도 이들은 익숙지 않은 위치에서 공중볼을 따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홀딩은 경기 내내 불안한 빌드업으로 거너스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바디의 추가골은 그라니트 샤카의 패스 미스에서 시작됐지만, 홀딩의 애매한 위치 선정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교체

벵거 감독은 후반 23분 먼저 교체 카드를 꺼냈다. 모하메드 엘네니와 홀딩을 빼고 램지와 지루를 동시에 투입했다. 그러면서 스리백을 포백(back four:4인 수비)로 전환했다. 포메이션은 3-4-3에서 메수트 외질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한 4-2-3-1이 됐다. 또한 챔벌레인과 헥토르 베예린의 위치를 바꿨다. 아마도 리야드 마레즈의 컷인 플레이를 막기에는 오른발잡이 베예린이 더 낫다고 판단한 듯 했다.

4-2-3-1이 되면서 아스널의 공세가 더 강해졌다. 외질이 레스터 두 줄 수비 사이에서 자유롭게 움직였고, 지루가 들어오면서 높이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셰익스피어 감독도 곧바로 반응했다. 처진 스트라이커 오카자키를 빼고 미드필더 다니엘 아마티를 내보냈다. 포메이션은 4-4-1-1에서 4-1-4-1이 됐다. 윌프레이디 은디디가 홀딩으로 내려오면서 외질을 견제했다.

#올리비에 지루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셰익스피어 감독은 후반 37분 미드필더 매튜 제임스 대신 공격수 켈레치 이헤아나초를 투입했다. 굳히기로 가는 듯 하다가 다시 공격숫자를 늘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변화는 레스터에게 독이 됐다. 4-1-4-1이 포메이션은 다시 4-4-1-1이 됐고 아스널은 외질과 램지과 두 줄 수비 사이에서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비록 아스널의 추가 득점 모두 코너킥에서 나왔지만, 미드필더를 줄이고 공격수를 넣으면서 맨 마킹 수비에 약점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총평

아스널에겐 지옥과 천당을 오간 시즌 첫 경기였다. 라카제트의 데뷔골로 2분 동안 행복했지만, 램지와 지루의 극적골이 나오기까지 불안한 80분을 보냈다.

레스터전의 전술적인 교훈은 상대의 시스템에 따라 어떤 전술을 택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벵거 감독이 지난 시즌 수비 불안으로 인해 스리백을 플랜A로 선택했지만 포지션에 어울리지 않은 선수 배치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그럼에도 긍정적이었던 점은 벵거 감독이 과거처럼 자신의 전술을 고집하지 않고 빠르게 전략을 바꿨다는 것은 아스널에게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다.

[사진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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