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원의 프리즘] '토일렛', 강남역 살인사건과 진짜 연관없나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강남역 여자화장실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충격적 심리 스릴러, '토일렛'"

10일 영화 '토일렛'(감독 이상훈 배급 스토리제이)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8월 개봉일 확정 고지에 함께, 메인 포스터를 전했다. 이어 위와 같은 홍보문구를 사용해 '토일렛'을 설명했다.

이는 곧바로 문제가 됐다.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다시 또 한 번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것, 또 사건의 본질을 흐릴 만한 문구가 사용됐다는 것 등이 원인이었다. '토일렛' 측은 "모든 것은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었다. 완전 범죄를 꿈꾼 그 곳"이라는 문구를 포스터에 넣었다.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분노 때문"이라는 가해자의 시선에 맞춘 문구는 지극히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해 5월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해당 사건이 벌어진 이후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이라는 것과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강남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 그리고 여성 혐오 논란 등의 각종 쟁점을 낳았다.

불과 1년이 지난 지금, '토일렛'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왔고 제작사에서는 '강남역 여자화장실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충격적 심리 스릴러'라고 스스로 명명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제목 또한 화장실을 뜻하는 '토일렛'이었다.

하지만 해당 이슈가 논란으로 번지자,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 출연까지 담당한 배우 겸 감독 이상훈은 자신의 SNS에 입장을 밝혔다.

이상훈 감독은 "우선 전혀 뜻밖의 상황에 저또한 몹시 당황스러운데 상세한 상황은 매체를 통해 알려드리더라도 오해의 불씨가 퍼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짧게나마 상황 설명을 드릴까한다"라며 "영화 '토일렛'은 강남역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영화이고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감싸는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저도 그 누구보다 강남역 사건에 울분한 사람이고 범죄자에 대해 지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토일렛'이라는 영화를 만든 계기도 그런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라며 "기회가 돼서 작품을 보시면 알겠지만 완벽한 범죄는 없고 범죄자는 결국 그 벌을 받는다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이자 주내용이다. 아무쪼록 더이상의 오해나 불편한 영향들을 끼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어찌됐든 전혀 의도치않은 상황으로 많은 분들에게 오해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영화의 의도가 훼손되는 확실치 않은 비방과 오해는 더 이상 없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그의 글에서는 '토일렛'이라는 영화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으로 빚어질 수 밖에 없었던 홍보문구에 대한 직접적인 해명은 빠져있는, 해명을 위한 해명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또 "어찌됐든 사과드린다"라며 피해자 가족들이 겪은 아픔과 심정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게 언급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 해명글이었다.

이상훈 감독은 이후 해당 계정을 삭제, 글 또한 볼 수 없도록 했다.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영화의 자극적인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이상훈 감독은 "기회가 돼서 보면 알겠지만"이라며 영화를 보고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토일렛'의 논란과 더불어 영화가 홍보된 셈이다. 씁쓸한 상황을 어찌 해석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 관객들이 오해를 풀 수 있을까. 그들 스스로 자극적인 '홍보'는 왜 했나.

[사진 = 스토리제이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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