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택시운전사’ 송강호, ‘희망’을 연기하는 배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송강호는 ‘희망’을 연기한다. 시대의 폭압이 몰아쳐도, 가혹한 운명에 휘말려도 그는 언제나 희망의 단어를 찾아낸다. 송강호의 넉살 좋은 웃음 속에는 모든 것을 잃어도 희망만큼은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괴물’의 엔딩신은 딸 현서(고아성)를 잃은 박강두(송강호)가 부랑소년 세주(이동호)와 밥을 먹는 모습으로 끝난다. 봉준호 감독은 박강두를 통해 악순환의 고리로 굴러가는 시스템 속에서 선순환의 희망으로 버텨내는 인물을 그렸다.

흥행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하울링’과 ‘푸른소금’에서도 그는 희망을 찾아냈다. 원래 ‘하울링’의 엔딩은 어두웠다. 송강호는 결말이 너무 가혹하다며 유하 감독에게 밝게 가자고 건의했다.

그는 당시 기자와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괴물’의 엔딩과 비슷한 맥락이에요. 어찌됐든, 인간은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살아야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푸른소금’을 선택한 이유도 “‘푸른’이라는 단어에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선 일제의 탄압을 피해 오토바이를 타고 드넓은 만주평야를 달렸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이산민족)의 희망찬 질주다. ‘밀정’에서도 독립운동의 밝은 미래를 위해 회색빛 인간의 가면을 벗었다. ‘변호인’은 어떠한가. 군부독재의 억압에 맞서 목숨을 걸고 인권과 자유를 외쳤다.

송강호는 지난 7월 10일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에서 “현대 사회의 비극을 그리지만 단순히 슬프게만 묘사를 한다던지 사실 전달에만 중점을 두지는 않았다”면서 “희망적이고 진취적인 메시지를 주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훈 감독과 2000년 ‘의형제’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송강호는 극중에서 남파간첩 송지원(강동원)과 티격태격하다 의리로 뭉쳐 위기를 벗어난다. ‘의형제’는 분단의 비극을 밝고 경쾌하게 그렸다.

송강호가 ‘택시운전사’에 탑승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의형제’의 장훈 감독이라면, 역사적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었을 테니까.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과 송강호는 분단의 비극과 광주의 아픔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의형제’다.

[사진 = 각 영화사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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