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자유를 얻은 건 이스코였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자유를 얻은 건 폴 포그바가 아닌 이스코였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네마냐 마티치를 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한 스리백(back three: 3인 수비) 전술을 가동했다. 하지만 포그바는 루카 모드리치의 전진을 막는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반면 3명의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은 이스코는 중앙과 측면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무너트렸다. 중원에서 장악력이 승부를 갈랐다.

무리뉴 감독은 프리 시즌에 점검한 스리백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레알의 투톱에 대응하고 다니엘 카르바할과 마르셀루의 전진을 견제하기 위한 전술적인 장치였다.

하지만 정작 레알의 공격형 미드필더 이스코에 대한 압박은 지나치게 느슨했다. 경기 초반에는 스리백 중 한 명인 마테오 다르미안이 이스코를 쫓는 듯 했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이스코가 전 후방과 좌우 측면을 폭 넓게 움직이면서 그를 압박하는데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포그바는 루카 모드리치를 견제했고, 에레라는 토니 크로스를 쫓았다. 마티치가 스리백 앞에 섰지만 맨마킹보다 지역을 커버하는데 집중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레알의 중원 지배로 이어졌다. 일종의 수적 우위였다. 이스코가 빌드업에 가세하면서 레알은 4명이 미드필더 지역에 포진했다. 그러나 맨유는 헨리크 미키타리안이 투톱처럼 움직이면서 3명(포그바, 에레라, 마티치)이 역삼각형을 구성했다. 결과적으로 ‘4 vs3’의 미드필더 싸움이 벌어졌고, 레알이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했다.

실제로 전반에 레알이 307개의 패스를 시도할 때 맨유는 162개에 그쳤다. 패스성공률도 레알은 미드필더 4명의 평균이 92.5%였지만, 맨유는 79%인 미키타리안을 제외하고도 3명이 84%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자유를 얻은 이스코는 양 팀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볼 터치(88회)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크로스가 89회) 특히 이스코는 어택킹서드(경기장을 1/3으로 나눴을 때 상대 수비지역)에서 가장 많은 터치를 기록했다. 그에 반해 포그바는 볼 터치가 57회에 그쳤다. 이는 레알 수비수 라파엘 바란과 같은 숫자다.

이스코는 지난 시즌 레알의 더블 우승(프리메라리가+챔피언스리그)의 키 플레이어였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다재다능한 이스코에게 자유를 줬다. 공격시에는 다이아몬드 미드필더의 꼭지점에 서서 지휘자가 됐고, 수비시에는 사이드로 이동해 레알의 두 줄 수비를 구축했다. 워낙에 이동 폭이 컸기 때문에 상대로선 이스코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기가 어려웠다.

이날 맨유도 같은 혼란에 빠졌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이스코를 누가 견제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무리뉴는 스리백을 통해 이스코의 침투를 막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압박보다 기다리는 수비가 펼쳐지면서 이스코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결승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벤제마가 측면에서 이스코에게 공을 전달할 때 아무도 그를 가까이에서 압박하지 않았다. 위험 지역에서 이토록 많은 시간을 주면 누구라도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그 상대가 이스코라면 얘기는 더 쉬워진다. 마티치가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과감한 압박이 부족했고, 심지어 베일은 빅토르 린델로프로부터 3m나 떨어져 있었다.

두 골을 실점한 이후 무리뉴 감독은 에레라를 빼고 장신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를 투입했다. 점유율을 빼앗겼기 때문에 빌드업을 생략하고 전방으로 한 번에 넘기는 공격을 선택한 것이다.

효과는 있었다. 펠라이니 투입 6분 만에 맨유가 만회골을 터트렸다. 펠라이니가 문전에서 공을 따낸 뒤 연결한 것이 마티치의 슈팅을 거쳐 로멜루 루카쿠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후 마커스 래쉬포드가 결정적인 1대1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면 경기 흐름은 맨유쪽으로 기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래쉬포드는 큰 경기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사진 = AFPBBNEWS,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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