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관상’부터 ‘택시운전사’까지…송강호가 흘리는 눈물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송강호가 운다. 그의 눈물은 시대의 아픔이다. 한 개인이 겪는 좌절과 슬픔이 아니다. 역사와 시대의 굴곡에서 맞닥뜨린 울분, 분노, 절망, 후회, 한탄의 감정이다.

‘관상’ ‘변호인’ ‘사도’ ‘밀정’에 이어 ‘택시운전사’로 이어지의 그의 필모그래피의 공통점은 실화(또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와 눈물이다. 그 이전 작품 ‘설국열차’ ‘하울링’ ‘푸른소금’ ‘의형제’ ‘박쥐’ ‘놈놈놈’ 등과 비교하면 확연히 알수 있다.

‘관상’에선 세조의 왕위찬탈이라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라스트신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세상을 보고 있소”라고 말하는 장면은 불가항력적인 정치적 힘에 희생당한 민초의 회한의 눈물이다.

‘변호인’의 라스트신은 어떠한가. 부림사건을 겪으며 속물 변호사의 껍질을 벗은 그는 인문교양을 통해 정치적으로 각성했다. 라스트신의 법정에서 의연하게 앉아 있던 그는 자신을 변론하는 부산지역 99명의 변호사 이름이 호명될 때, 슬쩍 뒤를 돌아본 뒤 서서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울면서 얼굴에 미소를 머금는 기쁨의 눈물이다.

‘사도’는 아들(사도세자)과 불화해 끝내 파국을 맞이했던 아버지 영조의 절절한 심정이 배어있다(송강호는 ‘관상’ ‘사도’ 두 편의 사극에서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그가 뒤주를 붙잡고 꺼이꺼이 우는 장면은 왕과 아버지 사이에서 세자이자 아들인 사도와 화해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통한의 눈물이다.

‘밀정’에선 고문 끝에 숨진 연계순(한지민)이 수레에 실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오열을 터뜨린다. 일제시대의 조선인 경찰로 살아가는 회색빛 인간이 연계순을 지켜주지 못해 쏟아내는 참회의 눈물이다.

송강호가 ‘택시운전사’가 되어 도착한 곳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 벌어진 광주다. 10만원을 벌기 위해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갔다가 군인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참혹한 현장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예고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듯, 그는“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떨군다. 광주 시민과 함께 저항하지 못하고 그들을 떠나야했던 소시민이 흘리는 슬픔의 눈물이다.

이제 관객은 송강호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1980년 광주의 한 복판으로 들어간다. 당신도 송강호처럼 눈물을 흘릴 것이다.

[사진 제공 = 각 영화사]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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