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①]‘박열’ 이준익, “내 몸엔 아나키스트의 피가 흐른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준익 감독은 아나키스트에 매혹을 느꼈다. 2000년 ‘아나키스트’를 제작하며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의 아나키스트적 투쟁에 빠져들었다. 세월이 흘러, 2016년 ‘동주’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나키스트 송몽규(박정민)의 삶을 조명한 데 이어 이번엔 역사에서 잊혀진 박열(이제훈)을 되살려냈다. ‘아나키스트’ ‘동주’ ‘박열’은 이준익 감독의 ‘일제시대 3부작’이자, ‘아나키스트 3부작’이다.

“모든 사람에게 아나키스트의 피가 흘러요. 당연히 내 피에도 있죠. 생명체는 자유의지를 갖고 태어납니다. 어떤 제도나 사회적 규범 때문에 그 틀 안에 갇히는 것으로 보일 뿐이예요. 자유의지는 언제나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어하죠.”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여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고증에 만전을 기했다. 가네코 후미코의 평전에 바탕을 두고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부족한 자료는 아사히신문에 요청했다. “진짜 실화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이야기가 강렬하게 펼쳐진다.

“고증의 3요소가 있어요. 먼저 ‘인물의 실존성’. 이 영화에 허구의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죠. 둘째 ‘사건의 사실성’. 모든 사건은 실제 일어났던 것만 촬영했어요. 마지막으로 시기와 날짜인데, 이 또한 허용치 안에서 해결했어요. 90% 이상이 진짜 일어났던 거예요. 아무도 검증할 수 없는 부분, 그러니까 예심판사 다테마스와 박열, 후미코의 대화는 고증할 수 없기 때문에 창작을 한 거죠.”

박열과 후미코(최희서)가 ‘대역죄인’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한복을 입은 것도 사진을 근거로 똑같이 제작했다. 관객은 박열과 후미코의 당당한 모습에 환호성을 터뜨린다.

재판정의 박열과 후미코는 일제와 천황제의 모순을 논리적으로 공격한다. ‘동주’에서도 동주(강하늘)와 송몽규는 일제의 허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두 영화의 핵심은 일제의 모순을 부수는 것이다.

“그동안 충무로가 만든 일제시대 영화는 감정적인 측면이 강했죠. 울분을 터뜨리는 내용이잖아요. 저는 한 걸음 더 나가고 싶었어요. 이성적, 논리적으로 일제의 허상을 폭로하는 거죠. 유머를 많이 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예요. 일제시대 영화에 대한 세계관 확장을 원했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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