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박하나, 서동철호 가드진 이끌어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분이라도 패기 있게 하겠다."

박하나(삼성생명)는 2016-2017시즌 WKBL서 기량이 가장 많이 발전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임근배 감독을 만나면서 잠재력을 폭발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생애 두 번째 FA자격을 획득, 삼성생명과 3년 재계약했다.

아직 WKBL 최고 슈팅가드는 아니다. 현 WKBL 1~2번 통틀어 최강자는 엄연히 우리은행 슈퍼에이스 박혜진이다. 그러나 박하나는 박혜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한 농구관계자는 "아직도 박하나는 다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다"라고 했다.

신세계, 하나외환 시절은 두 말할 것도 없었다. 삼성생명 이적 초창기에도 얼어있었다. 단점들을 열거하기 전에 실전서 자신의 장점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주변환경,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했다.

임 감독을 만나면서 서서히 기량을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 폭발했다. 동 포지션 2번 중 최고 수준의 운동능력을 완벽히 발휘했다. 박하나의 운동능력과 센스가 가장 돋보인 장면 중 하나가 3월20일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 3차전이었다. 68-66으로 앞선 경기종료 5.8초전 박혜진의 레이업슛을 블록으로 저지했다. 박혜진의 순간스피드는 WKBL 최고수준. 그러나 박하나도 뒤지지 않았다. 침착하게 백스텝과 사이드스텝을 밟으며 박혜진의 돌파 공간을 좁혔다. 그리고 박혜진이 뜨는 순간 정확하게 뛰어올라 오른손으로 공을 찍었다. 박하나의 손, 팔과 박혜진의 상체는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

당시 심판은 박하나의 수비자파울을 선언했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다 지나간 얘기지만, 그 오심만 아니었다면 박하나의 그 블록은 삼성생명의 위닝플레이가 될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 장면 하나로 박하나의 운동능력이 좋다는 게 입증된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로한 상황서 뽑아낸 하이라이트 필름이었다.

풍부한 운동능력을 활용, 팀 디펜스에 대한 기여도가 높았다. 공격에선 간결한 플레이에 눈을 뜨면서 외곽포와 돌파를 자유자재로 해냈다. 3점슛 성공률 1위(44%)를 차지했다. 스크린을 받자마자 던지는 간결한 외곽포는 매우 날카로웠다. 클러치에 강한 승부사로 거듭났다. 수비수들이 집중견제하자 동료에게 빼주는 패스에도 눈을 떴다. 지난 시즌 박하나의 행보는 WKBL 최고 수준의 슈팅가드로 진화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생애 첫 성인대표팀 발탁이라는 경사까지 누렸다. 19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박하나는 "2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왔다. 지금은 적응하는 시기다. 편하게 하려고 한다.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보다 주어진 상황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서동철 감독은 "원래 운동능력이 좋은 가드다. 지난 시즌을 지켜보니 그 능력을 잘 활용하더라.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삼성생명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 역시 혜진이처럼 1번이 아닌 정통 2번"이라고 못박았다.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FIBA 아시아컵에 참가하는 서동철호에는 정통 포인트가드가 없다. 박하나가 박혜진과 함께 1번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서 감독은 "공을 누가 치고 들어오느냐, 탑에 누가 있느냐의 차이"라고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박하나도 "혜진이와 역할을 바꿔가면서 1~2번을 소화한다. 소속팀에서도 1번을 소화하기도 했지만, 2번이 편하다"라고 했다.

박하나 농구는 심플해지고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종종 어이없는 턴오버를 하거나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서 감독도 "빠른 것과 서두르는 건 다르다. 간혹 서두를 때가 있는데, 경험을 더 쌓으면 개선될 것이다"라고 했다.

박하나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예전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지금은 알고 있다. 스스로 아차 싶다"라고 했다. 자신의 약점을 명확히 안다는 것 자체가 농구에 눈을 떴다는 뜻. 서동철호에선 이런 부분을 박혜진이 보완하면 된다. 또 박하나만의 터프함이 박혜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박하나가 박혜진과 상호보완하면서 서동철호 가드진을 이끌어야 한다.

본래 박하나는 서동철호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삼성생명에서 스킬트레이닝을 제대로 받고 싶었다. 삼성생명은 크리스 히파 기술코치를 초빙, 이달 말까지 개인 기술 향상에 치중한다. 그는 "2대2를 많이 하는데 상대가 길게 헷지를 나오면 당황해서 실책을 많이 했다. 그때 스스로 제칠 수 있는 기술을 키우고 싶어서 스킬트레이닝을 기대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박하나는 스킬트레이닝 못지 않게 서동철호에서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 각 팀 대표급 선수들과 만나 또 다른 농구를 익히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 무대서 한국보다 강한 상대와 부딪혀볼 기회를 잡았다. 자꾸 높은 벽에 부딪혀봐야 한 단계 더 올라가려는 의욕이 생긴다. 이번 아시아컵 경험이 박하나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하나는 "어떻게 보면 대표팀에 계속 있었던 선수들보다 내가 더 절실하다. 대표팀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나라 선수들을 잘 모르는 만큼 그들도 나를 잘 모를 것이다. 일본 오가 유코는 연습경기서 상대한 경험이 있다. 1분을 뛰어도 패기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박하나. 사진 = 진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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