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 감독도 미소, 박지수 미래가 궁금하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직접 가르쳐보니 훨씬 더 좋은 선수다."

박지수(KB) 얘기를 꺼내자 여자농구대표팀 서동철 감독은 미소를 보였다. 서 감독은 "직접 가르쳐보니 정말 좋더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금은 성장 단계에 있는 선수다. 2~3년 정도 지나면 더 무서워질 것이다"라고 보탰다.

박지수는 WKBL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왕을 따냈다. KB를 플레이오프에 올려놨다. 기량이 완성된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WKBL에 미친 파급력은 대단했다. 195cm의 신장으로 외국인 빅맨들 사이에서 탁월한 리바운드 장악능력과 세로수비력을 과시했다. 패스센스도 좋고, 신장 대비 기동력도 수준급이었다. 머리도 좋아 팀 적응속도도 빨랐다. 첫 시즌부터 정상적인 수비로는 제어가 쉽지 않은 선수로 거듭났다.

공격기술은 단조롭다. 중거리슛을 던질 줄 안다. 포스트업 능력도 갖췄다. 그러나 세부적인 테크닉이 하이 레벨은 아니다. 파워가 떨어진다. 힘으로 버텨내는 수비수들에게 약했다.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외국선수들 수비 역시 쉽지 않았다. 자유투 적중률도 좀 더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나 이제 20세다. 한국 여자농구서 고교-프로의 레벨 차이를 감안하면 박지수의 성장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첫 시즌은 충분히 놀라웠다. 돌이켜보면 작년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서도 기대 이상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계속 발전하는 게 박지수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그래서 7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릴 2017 FIBA 아시아컵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 대회 성적을 떠나서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여자대표팀은 7주 일정으로 훈련 중이다. 서 감독이나 전주원 코치가 박지수에게 개인 기술을 가르칠 시간은 없다. 일단 서 감독은 박지수가 잘하는 리바운드와 세로수비에서 위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어차피 서동철호 공격의 핵심 패턴은 스크린을 활용한 외곽공격과 컷인이다.

물론 서 감독이 박지수에게 좀 더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그는 "작년, 제작년 대표팀 영상을 보니까 신장이 큰 팀이 우리 외곽을 견제하기 위해 철저하게 스위치를 하더라. 그 부분을 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서동철호 핵심 전술은 2대2에서 파생된 공격과 스크린, 패스게임이 가미된 3점슛이다. 그러나 일본, 호주, 중국, 뉴질랜드 등 평균신장이 앞선 팀이 스위치로 봉쇄하면 서동철호의 패스게임은 무뎌질 수 있다.

이때 박지수가 골밑에서 미스매치 공격을 해줘야 한다. 서 감독은 "상대가 스위치를 하면 분명히 지수 쪽에 미스매치 공격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 조그마한 틈을 놓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스위치디펜스 시 발생할 수 있는 미스매치를 박지수가 공략하면 서동철호는 내, 외곽 공격을 조화롭게 할 수 있다. 박지수의 성장 여부를 또 한번 체크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수비 역시 박지수가 키다. 서 감독은 "지수가 상대 빅맨을 확실히 제어하지 못한다고 보면 트랩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했다. 기자가 지켜본 19일 훈련에 트랩 수비가 포함됐다. 4~5번 매치업에서 밀릴 것에 대비한 수비훈련. 이 역시 기본적으로 박지수가 골밑에서 최대한 버텨내면서 다른 선수들이 도와줘야 한다. 박지수의 블록능력도 필요하다.

서 감독은 "분명히 크게 될 선수다. 2~3년이 지나면 WKBL을 평정할 것이다. MVP도 계속 탈 수 있을 것이고, 아주 무서워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굳이 따지자면 김주성보다는 서장훈 스타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했다.

박지수는 이미 김주성이 가진 수비, 블록, 제공권이라는 장점을 일부 갖고 있다. 연차를 거듭하면 김주성 전성기처럼 내, 외곽에서 직접 수비를 조율하는 위치로 올라설 게 확실시된다. 워낙 영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 감독은 "지수가 장훈이보다는 빠르지만, 주성이보다는 느리다"라고 했다. 그리고 "주성이 장점을 가진 채 장훈이 스타일로 크는 게 바람직하다. 파워를 끌어올리고, 공격기술도 키워야 한다"라고 했다. 즉, 김주성과 서장훈의 장점을 모두 습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여자농구에선 정은순 KBSN 해설위원, 정선민 신한은행 코치같은 레전드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KB 코칭스태프의 지도방향, 관리도 상당히 중요하다.

박지수는 영리하고 성실하다. 승부욕도 강하다.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서 감독은 19일 훈련을 마치고 각종 물품을 정리하는 박지수를 바라보며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박지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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