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설희의 신호등] 임금체불 보이콧? 뮤지컬 '햄릿' 공연 취소사태의 진짜 문제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햄릿'이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인기 아이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흥행을 노렸던 것이 무색하게 임금체불설, 당일 공연 취소 등으로 공연 자체가 얼룩져 버렸다.

이미 '햄릿' 측의 임금체불설은 15일 공연이 취소되기 전부터 돌고 있었다. 스태프들은 물론 일부 배우들 역시 출연료를 아직 받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아직 공연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누구 하나 수면 위로 올리지 않았다.

결국 15일 문제가 터졌다. 이날 오후 8시 진행될 예정이었던 공연이 돌연 취소하게 된 것. 입장부터 문제였다. 무대 이상이라는 간략한 설명만 한채 관객들을 10여분간 입장시키지도 않은 채 기다리게 했다.

관객들이 입장한 후에도 공연은 진행되지 않았다. 별다른 공지가 없었고, 공연장 내부에 있는 직원들조차 항의하는 관객들에게 이렇다할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50여분이 지나서야 무대에 오른 기술감독은 "무대 이상으로 공연을 취소한다"는 뜻을 전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무대 이상이 생겼을 경우 제작사 역시 어찌 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다. 상황에 따른 대처도 잘못됐고, 여기저기 들려오는 잡음들을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것. 단순히 무대 이상이라고만 하기엔 '햄릿'의 잡음은 상당하다.

한 공연 관계자는 최근 마이데일리에 "임금체불로 인해 배우와 스태프들의 항의가 상당해 극을 내리니 마니 하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고 밝혔다. 일부 관계자들 역시 공연에 해가 될까 걱정하면서도 15일 공연 취소사태 이후 "임금체불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햄릿' 측은 이를 부인했다. 16일 오전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임금체불로 인한 보이콧으로 공연이 취소된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공지됐던대로 기술적 문제로 인한 공연 취소였고, 이에 따른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 허나 다수의 관계자들 전언이 이어지는 만큼 이같은 문제가 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임금체불이 아닌 진짜 무대 결함이었어도 문제는 있다. 공연 취소 결정 직후 무대 기술 감독은 "환불 조치와 또 한번 공연 관람을 할 수 있은 초대권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동일 좌석으로 관람하게 하겠다. 캐스트 일정 등을 모두 맞춰 환불과 공연 관람 초대를 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올바른 대처가 아니었다.

애초에 무대 이상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객들을 입장시킨 것, 입장한 관객들을 50여분간 기다리게 한 것부터 문제다. 또 티켓 금액에 대한 보상이 이뤄진다 해도 이는 완벽한 보상이 아니다.

관객들의 시간, 교통비 등 부가적인 것에 대한 보상은 절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다. 실제로 이날 지방은 물론 해외에서 온 관객들까지 있었다. 물리적인 피해를 넘어 관객들의 소중한 시간과 기다림, 설렘까지도 무너뜨렸다.

공연에는 많은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나 '햄릿'은 이같은 책임을 무시했다.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는데 공연을 올리는 것부터가 1차적 문제요,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한솥밥 먹는 식구들에게 이해를 바라는 것이 2차적 문제다. 배우 및 스태프들은 열정페이나 받아가며, 혹은 그조차 받지 못하며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또 결론적으로 공연을 소비하는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관객들을 상대로 공연을 올리면서 기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관객들이 피해를 보게 하는 것은 책임감을 떠나 양심이 없다고밖에 할 수 없다.

[사진 = 뮤지컬 '햄릿'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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