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동의 씨네톡]‘겟 아웃’, 백인의 방어행동…섬뜩한 인종차별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겟 아웃’은 형식적으로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과 ‘스텝포드 와이프’(2004)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인종을 초월한 사랑을, 후자는 세뇌된 여성들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흑인 크리스 워싱턴(다니엘 칼루야)이 백인 여자친구 로즈 아미티지(앨리슨 윌리암스)의 집에 인사가는 설정(실제 조던 필레 감독의 부인은 백인이다)을 통해 인종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는 척 하다가 ‘인종차별의 덫’에 빠뜨리는 ‘겟 아웃’은 최면, 뇌이식을 통해 흑인을 노예로 삼는 섬뜩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소셜 호러-스릴러(Social Horror-Thriller)’로 불린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소셜’이다. 버라이어티는 “충격적인 사회비평작”이라고 평했다. 조던 필레 감독은 흑인대통령 오바마 재임 시절 8년간 코미디 배우와 작가로 활약했다. 사회는 흑인인권이 신장됐다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자유주의적 인종차별’(Liberal Racism)이 퍼져나갔다. 일부 백인은 흑인을 인정하는 척 하지만 동등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극중에서 여자친구의 가족과 지인들은 오바마와 타이거 우즈를 좋아하고, 흑인의 우월한 신체를 동경한다. 그들은 음악, 예술적 감식안, 체력 등 뛰어난 능력을 갖춘 흑인을 납치해 뇌수술을 거쳐 ‘신체 세탁’으로 자신이 갈망하던 것을 얻어낸다. 흑인의 몸과 영혼까지 강탈한다. 조던 필레 감독은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역사와 판타지, 과학, 우주론 등을 테크노에 접목시킨 문화 미학)을 활용해 뿌리깊게 남아있는 인종차별에 사회적 펀치를 날렸다.

백인은 날로 능력이 향상되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는 흑인의 위상을 반기지 않는다. 백인의 이러한 사회적 태도를 ‘화이트 프래질리티’(White Fragility)라고 부른다. 웍셔너리에 따르면, 화이트 프래질리티는 사회적 특권을 위협받고 있는 백인의 방어 행동을 일컫는다. 뛰어난 흑인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완벽한 방어는 없을 것이다.

미국은 다인종국가를 표방하지만, 결국 백인 중심 사회다. 다인종의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들은 과거처럼 KKK같은 공격적 행동을 하지 않고 방어적으로 백인종의 우월성을 드러낸다. ‘트럼프 당선’도 위기에 처한 백인의 화이트 프래질리티가 작용한 결과다.

극 초반부, 크리스는 로즈와 차를 타고 가다가 로드킬을 당한다. 사슴은 숲 속에서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죽어가고 있었다. 로즈는 사슴 따위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죽건 말건, 그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크리스는 도로 옆 숲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슴의 눈을 본다. 사슴의 눈은 극 후반부 백인에 의해 최면이 걸리는 크리스의 눈을 연상시킨다. 흑인에게 인종차별은 언제든지 로드킬을 당할 수 있는 일상의 공포이다.

인종차별은 끈질기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형태가 변할 뿐이다.

[사진 제공 = UPI]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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