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한국 vs 포르투갈: 나는 너를 안다

[마이데일리 = 천안 안경남 기자] “나는 너를 알고 있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16강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과 에밀리우 페이시 감독이 동시에 내뱉은 말이다.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월 포르투갈 전지 훈련에서 만났던 두 팀은 운명처럼 16강 토너먼트 첫 관문에서 재회했다. 사실상 모든 것이 오픈 된 경기다. 신태용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를 뛰었으니 장단점은 다 파악됐을 것이다. 다 분석하고, 분석 당했다. 특별히 서로를 안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때론 모두가 안다고 믿을 때 새로운 것이 나오곤 한다.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가 시작되면서 신태용 감독이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서로에 대한 정보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있다. 하나의 힌트도 주지 않기 위해 신중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태용 감독의 인터뷰에는 그가 어떻게 포르투갈을 상대할 것인지 어느 정도 힌트가 엿보였다. 물론, 그것마저 연막일지도 모르지만.

■ 한국 vs 포르투갈 예상 포메이션

(한국 4-3-3 포메이션 : 1송범근 – 13이유현 4정태욱 5이상민 3우찬양 - 6이승모 7이진현 16이상헌 - 14백승호 10이승우 9조영욱 / 감독 신태용)

(포르투갈 4-3-3 포메이션 : 1코스타 - 15달로트 3디아스 13페르난데스 5유리 – 14플로렌티누 8델가두 10샤다스 - 9안드레 히베이루 7곤살베스 18고메스 / 감독 에밀리우 페이시)

“포르투갈은 2선 침투가 날카롭고 양 쪽 풀백의 오버래핑이 좋다. 그들의 영상을 보고 또 봤다. 포르투갈의 강한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우리가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연구했다” – 신태용 감독 –

신태용 감독의 머릿속은 포르투갈로 가득 차 있다. 사흘 전 포르투갈이 16강 상대로 결정된 이후 그들의 경기 영상을 보고 또 봤다. 신태용이 집중한 포인트는, 포르투갈이 잘하는 것이었다. 그는 “포르투갈의 강한 부분을 어떻게 대응할지 연구했다”고 했다. 상대의 강점을 지우는데 먼저 초점을 맞추겠단 얘기다.

이는 포르투갈전 전술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키워드다. 신태용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상대에 따라 포메이션을 바꿨다. 원톱을 쓰는 기니전에는 포백을 가동했고, 2선 침투가 좋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는 김승우를 포어 리베로에 세운 변칙 스리백을 사용했다. 또 이승우, 백승호를 선발로 제외한 잉글랜드전은 공격수 2명과 센터백 3명을 세운 3-5-2를 썼다.

포르투갈전도 상대의 장점을 지울 수 있는 전략을 꺼낼 공산이 크다. 신태용 감독은 2선 침투가 위협적이라고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좌우 날개가 포지션을 바꾸는 아르헨티나와는 다른 스타일이다. 원톱 고메스가 만든 공간을 좌우 날개 곤살베스와 히베이루가 파고 들어 슈팅을 때린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배치해 포백과 풀백 사이 공간을 커버한다. 다른 하나는, 포어 리베로를 배치해 슈팅 각도를 줄이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윙어를 막기에는 3번째 센터백보다 홀딩 미드필더가 더 효과적이다.

“포르투갈 선수들의 장담점을 파악했다. 예를 들어 7번(곤살베스)는 왼쪽 윙에 서지만 사이드에서 크로스보다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슈팅을 때린다. 선수들과 이런 정보를 공유했다” – 신태용 감독 –

앞의 전술과 연장선에 있는 발언이다. 신태용 감독은 인터뷰 내내 포르투갈의 7번 곤살베스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호날두의 7번을 물려 받은 곤살베스는 컷인 플레이를 통한 슈팅이 날카롭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호날두, 나니를 연상시키는 선수다. 특히 슈팅 능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란과의 경기에서 곤살베스는 환상적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태용 감독은 곤살베스를 막기 위해 선수들과 그의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수비수 이상민은 “7번은 측면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니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측면에서 막고, 슈팅을 때릴 때는 최대한 공쪽을 압박해서 상대 슈팅이 우리 몸에 맞고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전술 변화는 조금 있을 것이다. 그 정도만 말하겠다” – 신태용 감독 -

가장 큰 관심은 역시 포메이션이다. 조별리그에서 4-3-3 / 3-4-3 / 3-5-2 등 매 경기 다른 전술을 가동한 신태용 감독이다. 포르투갈전도 맞춤형 전술이 나올 확률이 높다. 신태용 감독도 평소보단 말을 아꼈지만 “조금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 윙어의 컷인 플레이를 막기 위해 포백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와 포르투갈 빌드업의 시발점인 수비형 미드필더 14번 플로렌티누를 압박하기 위해 삼각형 중원의 꼭짓점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활동량이 많고, 역습시 스피드를 살려줄 선수가 필요하다. 이상헌 또는 임민혁이 적임자다.

“어차피 21명으로 치르는 대회다.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해 서로의 장단점이 모두 파악됐다고 봐야 한다. 다만, 몇 %라도 빈 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신태용 감독 –

수비적인 장치를 끝냈다면, 다음은 공격이다. 어차피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토너먼트에선 승부차기가 있지만, 승리를 보장하긴 어렵다. 신태용 감독은 포르투갈의 빈 틈을 찾겠다고 말했다. 물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상대가 미리 듣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포르투갈의 약점은 측면 수비 뒷공간이다. 풀백의 오버래핑이 위협적이지만, 반대로 그들이 올라오면서 생긴 공간은 수비 불안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중앙 센터백은 큰 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리다. 잠비아전에서 발 빠른 돌파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한국에겐 기니,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폭풍 드리블을 선보인 이승우가 있다.

“단 1%도 방심하지 않는다. 승부차기도 준비한다. 승부차기 방식이 바뀌어서 생소하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거기까지 가지 않고 90분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 신태용 감독 -

승부차기는 가능하면 가지 말아야 할 단계다. 실력과 함께 운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골키퍼의 선방 능력도 중요하다. 새로운 승부차기 규칙도 변수다. 신태용 감독도 “생소하다”며 선수들이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승부차기는 동전 던지기로 선축 순서를 정했다. 이는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조사에 따르면 먼저 차는 팀이 이길 확률이 60%에 달했다. 나중에 차는 팀이 심리적으로 더 큰 압박을 받는다. 새로 바뀐 규칙은 승부차기 순서에 손을 댔다. 종전이 A, B 두 팀이 번갈아 차는 ABAB 방식이었다면, 바뀐 규칙에선 ABBA로 찬다. 선축이 계속 바뀌는 시스템이다.

[사진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대한축구협회,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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