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신태용 인터뷰로 복기한 아르헨전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신태용호가 ‘마라도나의 후예’ 아르헨티나를 2-1로 꺾고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한국의 U-20 월드컵 40년 도전사에서 예선 2연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난 놈’ 신태용 감독은 김승우를 ‘포어 리베로(Fore Libero:스리백 시스템에서 스토퍼 아래 처져 있는 리베로가 전진해서 미드필더 처럼 플레이하는 것)’로 활용한 스리백(back three: 3인 수비) 전술로 허를 찔렀다. 이미 우루과이전에서 검증된 전략이었다. 비록, 경기 막판 체력 저하로 어려움을 꺾었지만,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승리를 따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1차 목표는 2승 1무다. 이제 80% 도달했다”고 말했다.

■ 전반전 포메이션: 스리백 vs 4-2-3-1

(한국 3-4-3 포메이션 : 1송범근 – 4정태욱 19김승우 5이상민 - 13이유현 16이상헌 7이진현 2윤종규 - 14백승호 10이승우 9조영욱)

(아르헨티나 4-2-3-1 포메이션 : 1페트롤리 - 4몬티엘 2포이트 6세네시 3발렌수엘라 - 5아스카시바르 15콜롬바토 – 10코네츠니 16로드리게스 8팔라시오스 - 18폰세)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보니, 아르헨티나가 공을 잡았을 때 2선 공격수들의 침투가 좋다는 것을 느꼈다. 한 골을 주면 어렵다고 판단했고, 상대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김승우를 포어 리베로로 활용해 뒷공간을 커버했다”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전술 변화를 예고했던 신태용 감독은 예상대로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3번째 센터백으로 뛰었던 김승우가 선발로 복귀했고, 이승모 대신 이상헌이 이진현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에 자리했다. 백승호는 기니전보다 더 중앙으로 들어와 중원에서의 숫자 싸움에 가세했다.

신태용의 스리백 전술은 수비적으로 효과를 봤다. 김승우는 후방에 머물지 않고, 자주 전방으로 전진하며 아르헨티나의 공격형 미드필더 에세키엘 팔라시오스(8번)를 압박했다.(경기 도중 팔라시오스가 하프라인 밑까지 공을 받으려 내려올 때도 김승우는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 그를 압박했다) 맨 마킹은 아니었다. 일종의 지역 방어였다. 팔라시오스가 사이드로 이동할 때는 윙백(이유현 또는 윤종규)가 그를 압박했다. 적절한 위치선정으로 아르헨티나의 포지션 체인지에 대응했다.

“이승우가 골을 넣었을 때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멋진 드리블과 마무리였다. 제2의 난 놈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잘했다”

팽팽한 균형은 전반 18분에 깨졌다. 수비에 무게를 두며 원톱 조영욱을 향한 롱패스로 역습을 노리던 한국은 아르헨티나 풀백이 높은 위치로 전진한 틈을 공략했다. 조영욱이 영리하게 공을 흘렸고, 이승우가 속도를 살려 40m를 질주해 득점에 성공했다. 제법 먼 거리였고 아르헨티나 수비 2명이 이승우를 겨냥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피드와 방향 전환으로 따돌린 뒤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칩슛을 시도했다. 조영욱의 포스트 플레이와 이승우의 개인 기술이 만든 작품이었다.

“세계 최고의 아르헨티나가 1분 1초라도 아끼고 경기를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짜릿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상대가 다급하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한국 축구가 세계에 나가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신태용 감독의 예상대로 한국의 선제골이 터지자 아르헨티나는 더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더 높은 곳까지 전진했고 그로인해 무게 중심으로 앞으로 쏠렸다. 이는 한국에게 파고들 뒷공간이 더 많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조영욱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팀에서 가장 막내인 조영욱은 아르헨티아 수비수와의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공간을 파고들었고, 결국에는 전반 38분경 골키퍼와 충돌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신태용 축구는 수비가 약하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수비하면 수비가 강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선수들이 실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2-0으로 되면서 한국은 수비 라인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의도였는지 아니면 아르헨티나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반사적으로 내려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은 분명하다. 스리백은 사실상 파이브백이 됐고, 좌우 날개인 이승우와 백승호도 깊은 곳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실제로 두 골 차가 되면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점유율을 역전 당했다.

“선수들에게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백승호의 경우 체력적으로 힘들어해 교체했다. (임민혁이 들어가면서) 중앙에 있던 이진현을 (백승호 자리인) 오른쪽으로 돌려 중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신태용 감독의 첫 교체 시점은 후반 7분이었다. 경고가 있는 이상헌을 불러 들이고 이승모를 투입했다. 그리고 후반 28분에는 체력이 떨어진 백승호 대신 임민혁을 투입한 뒤 이진현을 백승호 자리로 옮겼다. 마지막 교체 카드 역시 우측이었다. 이진현이 나오고 공격 자원으로 분류되는 하승운이 우측 날개로 나왔다.

■ 후반전 포메이션: 파이브백 vs 4-4-2

(한국 5-4-1 포메이션 : 1송범근 – 13이유현 4정태욱 19김승우 5이상민 2윤종규 - 6이승모 7이진현(11하승운) 14백승호(18임민혁) 10이승우 - 9조영욱

(아르헨티나 4-4-2 포메이션 : 1페트롤리 - 4몬티엘 2포이트 6세네시 3발렌수엘라 - 5아스카시바르 15콜롬바토 11만시샤 10코네츠니 - 7토레스 18폰세)

“우리가 더 강해지기 위해선 아르헨티나가 강하게 압박할 때 더 영리하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패턴 플레이를 유지하는 것이 부족했다”

아르헨티나가 후반 시작과 함께 루이스 토레스와 브리안 만시샤를 투입하면서 4-2-3-1을 4-4-2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스리백 수비에 혼선이 왔다. 김승우가 후방으로 공을 받기 위해 내려가는 폰세를 압박하기 위해 전진하면서 정태욱과 이상민 사이에 광활한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그 틈을 토레스가 파고들며 만회골을 터트렸다.

1골 차가 되면서 한국은 더욱 수비적으로 라인을 내렸다. 스리백 사이에 공간을 내주면서 지나치게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그로인해 아르헨티나는 이전보다 쉽게 공을 소유했다. 또 한국의 좌우 윙백까지 수비적으로 내려오면서 아르헨티나가 크로스를 올리는 횟수가 늘었다. 경기 막판 공중볼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DB,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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