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샤카에게 3초나 주어졌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아스날 미드필더 그라니트 샤카가 공을 잡은 뒤 슈팅을 때리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3초(2초91)였다. 프리미어리그(EPL) 레벨에서 이 정도 시간과 공간이 생긴다면 수비는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샤카의 슈팅이 안데르 에레라의 등에 맞고 굴절되기도 했지만 그의 발 끝에서 공이 떠날 때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너무도 많은 공간을 허용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최고의 멤버를 구성할 수 없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로테이션은 불가피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후안 마타, 크리스 스몰링, 필 존스가 선발에 포함됐고 1997년생 수비수 악셀 튀앙제브도 EPL 데뷔전을 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수비적으로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그들은 아스날 에이스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수트 외질을 견제하는데 집중했다. 튀앙제브는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지역방어를 통해 산체스가 파고드는 공간을 지켰다. 또 마테오 다르미안은 외질을 대인방어했다. 그리고 마타와 헨리크 미키타리안은 후방 깊숙이 내려와 아스날 윙백을 쫓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앙에 대한 압박과 견제는 부족했다. 맨유는 4-5-1 포메이션에서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웨인 루니-에레라-마이클 캐릭)을 배치했는데, 이들 모두 아스날 중앙 미드필더(샤카-아론 램지)를 자유롭게 놔줬다.

일단 주로 우측 지역에서 활동한 에레라는 튀앙제브와 1대1 상황에 놓이는 산체스에게 시선이 자주 빼앗겼다. 그리고 루니와 캐릭 역시 맨유 포백과 미드필더 사이로 움직이는 산체스와 외질의 동선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문제는 그로인해 샤카와 램지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샤카는 아스날에서 가장 많은 패스(74개)를 기록했고, 램지도 양 팀 통틀어 5번째(60개)로 볼 터치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램지는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을 가져가며 맨유 페널티박스 안으로 자주 침투했다. 실제로 전반에 결정적인 찬스는 대부분 램지의 쇄도로부터 나왔다.

후반 들어 체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맨유는 아스날 중앙 미드필더에게 더 많은 공간을 내주기 시작했다. 후반 9분이 결정적이었다. 샤카가 공을 잡은 순간, 가장 가까이 있던 앙토니 마샬과의 거리도 3m 이상 벌어진 상태였다. 마샬의 압박은 느슨했고, 샤카 근처에 있어야 할 맨유 미드필더는 너무 깊숙이 내려가 있었다.

결국 3초의 시간이 주어진 샤카는 앞으로 전진한 뒤 중거리 슈팅을 때렸고, 공은 에레라의 등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 차례 선방을 보인 데 헤아 골키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제골을 터트린 아스날은 3분 뒤 대니 웰백의 헤딩골로 순식간에 2-0을 만들었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의 크로스가 워낙 좋았고, 이전에 공을 끊어낸 롭 홀딩의 압박도 훌륭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이 장면에서도 맨유는 페널티박스 안에 램지를 매우 자유롭게 놔뒀다. 웰백 앞엔 스몰링이 있었지만, 램지는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았다.

맨유는 로테이션의 영향이 컸다. 무리뉴 감독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서 “유로파리그가 EPL 4위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다른 경기와 비교해 맨유가 수비적으로 많은 허점을 노출한 경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스날은 약간의 행운과 함께 그것을 득점으로 살리며 귀중한 승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사진 = AFPBBNEWS,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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