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챔프5: 냉정한 에이스 이정현, 3쿼터에 무너진 크레익

[마이데일리 = 안양 김진성 기자] 역시 이정현은 클래스가 다르다.

KGC 이정현. 공격 플라핑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그가 한국남자농구 최고의 2번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올 시즌을 통해 기량이 만개했고, 전성기에 돌입했다. KBL 토종 최고 득점원으로 거듭났다.

수비수가 붙으면 파고 들고, 떨어지면 던지는 경지에 올랐다. 언제 어디서든 득점을 올릴 수 있다. 오픈 3점슛, 세트슛은 두 말할 게 없고, 수비수를 달고 던지는 페이드어웨이슛이나 턴어라운드슛도 아주 정확하다. 뱅크슛 기술도 탁월하다.

심지어 돌파력도 위협적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몰린 수비를 활용해 동료에게 절묘한 어시스트를 건네는 능력도 좋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서는 오세근과의 2대2가 아주 위협적이다. 삼성은 이정현과 오세근의 2대2를 전혀 막지 못한다.

이정현은 극한의 상황서 3~4차전을 치렀다. 이관희와의 2차전 충돌 이후 잠실 원정 팬들에게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에 시달렸다. 스스로 "그런 야유는 처음 받아본다"라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정현에게 인상적인 건 야유에도 자신의 경기력을 그대로 쏟아냈다는 점이다.

KGC가 삼성에 3차전 4쿼터 대역전승을 거뒀던 것도 이정현의 냉정한 플레이 덕분이었다. 자신이 득점을 만들지 않아도 KGC가 공격에서 흐름을 잡는 득점은 대부분 이정현의 손을 거쳤다. 4차전 4쿼터 역전패에 가렸지만, 이정현은 1~3쿼터까지 맹활약했다.

5차전도 그랬다. 삼성은 임동섭이나 이관희가 마크했으나 이정현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없었다. 이정현은 오세근과의 2대2와 자신의 공격의 비율을 효과적으로 가져가면서 팀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키퍼 사익스의 시즌 아웃으로 직접 볼배급까지 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5차전의 경우 슛 감각이 최상은 아닌 듯했다. 그러자 후반 들어 슛을 아끼는 대신 동료와의 연계플레이에 집중했다. 문성곤과 김민욱의 3점포를 도왔고, 3쿼터 중반 이정현~사이먼~오세근으로 이어진 연계플레이는 환상 그 자체였다. 결국 KGC는 3쿼터 막판 20점차로 스코어를 벌리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득점은 오세근과 사이먼이 20점으로 이정현(16점)보다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경기 흐름을 쥐고 흔든 건 이정현이었다.

반면 삼성은 이정현만큼 냉정하지 못했다. 특히 마이클 크레익이 그랬다. 2쿼터에 문태영, 라틀리프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팀 공헌을 높였다. 무리한 외곽포 시도를 줄이고 골밑을 파고 들어 득점을 시도하거나 동료에게 줬다.

하지만, 파울이 쌓이면서 점차 냉정함을 잃었다. KGC가 크레익에게 섀깅을 하면서 돌파를 유도한 뒤 골밑에서 협력 수비를 시도하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분명 크레익으로선 파울 과정에서 억울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3쿼터 7분18초전 오세근에게 3점플레이를 허용한 건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가만히 서 있었는데 오세근이 충돌을 유도하면서 돌파했기 때문.

그러나 이날 심판들은 1~2차전처럼 노골적으로 홈 콜을 불지는 않았다. 그리고 잠실에서 열린 3~4차전서도 전반적인 파울 콜이 삼성에 좀 더 유리했다는 게 농구관계자들 분석이다. 그 부분 때문에 오세근도 4차전서 파울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홈 콜이야 올 시즌을 관통한 키워드이니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 (물론 반드시 고쳐야 할 고질적인 KBL의 병폐다)

다만, 그런 상황서도 크레익이 좀 더 냉정해야 했다. 크레익은 3쿼터에만 실책 4개를 범했고, 1분42초전 오펜스파울로 5반칙을 범했다. 크레익이 성급하게 플레이하자 삼성도 전체적으로 덩달아 어수선해지면서 무너졌다. 그런 상황서 흐름을 조율해줄 또 다른 선수가 없었다.

KGC는 4쿼터만 되면 사이먼의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3쿼터에 넉넉히 스코어를 벌리면서 이날만큼은 그 약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종료 5분49초전, 4분36초전 사이먼과 이정현을 잠시 빼는 여유를 선보였다. KGC는 남은 시간 리드를 지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국 3쿼터에 승부가 갈렸다.

[이정현(위), 크레익(아래). 사진 = 안양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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