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대선, 절묘해"…'특별시민'·'보안관'이 말하는 것

[마이데일리 = 신소원 김나라 기자] 오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식당에서, 길거리에서도 시국과 대선을 이야기하고 토론한다.

앞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시끄러웠던 시국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영화배우들이 나서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이 시점에 공교롭게 두 작품의 영화가 대선과 맞물려 주목케 한다.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배급 쇼박스)은 선거를 주요 골자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어, 5월 9일 대선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과 대사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또, 오는 5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코미디 장르 속 시국을 풍자해 영화관 밖을 나오면서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 '특별시민', 시국 영화 끝판왕…선거판 조명

'특별시민'은 그동안 개봉된 시국과 맞닿은 작품들 중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초 '더 킹'이 현실을 예견한 듯 굿판 장면 등으로 놀라움을 안긴 것 그 이상이다. 대한민국 선거판을 조명하는데, 오는 5월 9일 장미 대선과 딱 맞아 떨어졌다. 기막힌 우연의 일치에 일각에선 '의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지만 박인제 감독은 "'특별시민'은 3년 전 처음 기획한 작품"이라고 일축했다.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헌정 사상 최초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인제 감독이 '특별시민'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바는 인간의 권력욕이다. 그는 "인간의 욕망 중 권력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관 뚜껑이 닫히기 직전까지도 그 욕심을 못 버린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권력욕으로 인한 문제는 회사에도, 심지어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어느 집단에서든 벌어진다. 그런데 보통 권력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그 끝을 따라가다보니 권력을 얻기 위한 행위, 선거전을 소재로 다루게게 됐다"고 밝혔다.

권력욕, 이것을 쫓은 게 거울처럼 현 시국을 비추게 된 것이다. 서로 흠집 내기 혈안인 네거티브 공방 되풀이, 후보자와 그 가족들의 비리, 이를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 단순 표 얻기에만 급급한 일회성 이벤트 정치 등 익숙한 풍경이 그려지는데, 씁쓸함을 자아낸다.

"선거는 말이야,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라는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의 대사는 송곳처럼 현실을 날카롭게 찌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스탠딩 TV토론 장면. 박인제 감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선거전을 참고, TV토론 세트장을 스탠딩 형식으로 꾸몄다. 이는 대한민국 선거전에선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형식으로, 이번 제19대 대선에서 첫 도입됐다.

▼ '보안관', 창조경제부터 흑백논리…웃음 속 뼈가 있다

'보안관'은 이성민, 김성균, 조진웅, 김종수, 조우진 등 아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진지하고 무거운 주류 속에서 "시원하게 웃어보자!"라며 당차게 관객들 앞에 내세우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신작이다.

여러 수사극과 '보안관'의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 포인트는 부산 기장을 무대로 보안관을 자처하는 대호(이성민)을 중심으로 기장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것이다. 어리바리한 모습의 마을 사람들은 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 힘을 합쳐 마을의 위기를 헤쳐나간다.

앞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보안관'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정치 풍자가 등장한다. 보안관 대호를 중심으로 기장 수호대가 대화를 나누던 중 "이게 창조경제지"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또,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세상은 흑과 백이야"라며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말하자, 대호가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야. 알고 보면 회색이지"라고 말하는 대목 또한 눈길을 끈다.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나누는 종진과 달리, 대호는 흑과 백이 고루 섞인 사회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해당 내용에 대해 이성민은 "김형주 감독님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이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의 정권은 이렇게 됐지만, 전 정권부터 지금 정권까지 오면서의 답답함이었던 것 같다. 까마귀가 흰색인 척 하는 것에 속아 넘어가면 안된다는 것. '속지 말자'라는 것. 주민들의 변화되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거기에서 소외돼가는 대호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사진 = 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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