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조준' LG 현주엽 감독 "농구, 아직 원없이 못했다"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선수시절에는 농구를 원없이 해보고, 이후 농구는 쳐다도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은퇴를 하고 보니 원없이 못했던 것 같다. 단장님, 사무국장님이 선수시절 호흡을 맞춘 스태프들이다. LG에서 제의가 왔을 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창원 LG의 제7대 감독으로 임명된 현주엽 신임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출사표를 던졌다. 현주엽 감독은 24일 서울 잠실구장 내에 위치한 미팅룸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휘문고-고려대 출신 현주엽 감독은 1998 신인 드래프트서 청주 SK(현 서울 SK)에 전체 1순위로 지명되며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광주 골드뱅크로 이적한 현주엽 감독은 2004-2005시즌 부산 KTF(현 kt)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주도한 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 2005년 LG로 이적했다.

LG 이적 이후 4시즌 동안 197경기를 소화한 현주엽 감독은 2008-2009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 이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으로 활동해왔다. 은퇴 후 8년 만에 LG로 돌아온 셈이다.

LG 측은 현주엽 감독을 선임한 배경에 대해 "우리 팀에서 은퇴한 선수 가운데 유일한 KBL 레전드다.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다. 언론이나 팬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실 텐데, 팀의 체질개선을 우선으로 뒀다. 현 시점에선 최적의 인물"이라고 전했다.

현주엽 감독은 "은퇴한 LG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재밌는 경기,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LG 감독으로 선임된 소감은?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 지도자 경험도 없는데 은퇴한 LG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재밌는 경기,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 높이를 장악하며 빠른 공수 전환을 살리는 농구를 해야 한다."

-외부에서 봤을 때 2016-2017시즌 LG의 장단점은?

"장점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상당히 좋고, 가드 포지션에 김시래와 조성민, 빅맨 김종규 등 포지션별로 멤버가 잘 갖춰졌다. 단점은 수비였던 것 같다. 팀플레이도 보완하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 농구 팬들은 당시 스타플레이어들이 감독으로 기대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문경은, 이상민에 비하면 감독 경력도 후배인데 어떻게 맞대결할 것인지?

"지도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배들이다. 아직 지도자 경험을 하지 않은 상태다. 경험이 쌓여야 한다. 내 밑으로 (서)장훈이 형도 오고 싶어 한다. 내 밑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 안 한다(웃음)."

-지도자 경험 없다는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지도자 경험 없지만 선수 때 많은 경기를 뛰었다. 은퇴 후 해설하며 선수 때보다 폭넓게 농구의 흐름을 새롭게 배웠다. 선수들 지도하는 데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우려하는 분들이 많아 구단과 상의해 코칭스태프 선임할 때 지도자 경험이 있는 분들을 데려올 생각이다. 아직 제의를 받은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구단과 상의해야 할 부분이다. 종목은 다르지만, 야구도 감독보다 나이 많은 코치가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고려해볼 것이다."

-재밌는 농구라는 것 어떤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인가?

"LG는 공격농구를 화끈하게 잘했다. 다만, 아무래도 접전상황에서는 수비가 약한 팀이 어려운 경기를 한다. 수비를 강화하며 선수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싶다."

-해설위원으로 어떤 부분을 배웠는지?

"선수 때는 치열하게 경기만 뛰었다. 내 수비나 우리 팀과 상대 팀의 움직임, 향후 경기를 예측해서 경기를 이기면 됐다. 해설을 하게 되니 전체적인 상황을 볼 수 있게 됐다. 각 팀마다 어떤 컬러를 갖고 있고, 어떤 전술을 쓰는지 등 전술을 읽는 부분을 배웠다. 물론 뜻대로 안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어느 분이든 해설을 하며 농구에 대한 눈을 더 뜨게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농구대잔치 시절에 비해 농구 인기가 많이 줄어든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을 것 같다. 선배들과 나눈 대화가 있는지?

"상민이 형, (추)승균이 형이랑 워낙 친해 얘기를 많이 하긴 한다. 농구인들이 다 노력은 해야 할 것 같다. 경기력이 더 좋아져야 할 것 같다. 예전에는 오픈찬스에서 못 넣으면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요새는 오픈찬스라고 다 들어간다는 보장이 없더라. 자유투가 약한 선수들도 있고, 기본적인 기량도 떨어진다. 선수들도 노력해야 하고, 농구인들도 스타가 많이 나올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LG는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이라는 점이 부담되진 않는지?

"LG 선수들 최근 경기를 보면, 자신감이 조금 떨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어떤 선수든 '이번에 득점을 올릴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지는데 익숙한 모습인데, 자신감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대한 것에 비해 기량이 정체된 선수도 있다. 이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LG가 우승에 목말라있는데, 나도 비슷한 처지다. 우승을 한 번도 못해봤다. 간절함은 나나 LG, 창원 팬들 모두 같을 것이다. 선수들과 소통을 하는 게 중요하다. 구단과 나, 선수가 소통하며 때로는 강하게 지도하고, 소통도 하며 팀을 이끌 생각이다."

-선수시절 승부욕이 강했다. '이 팀에겐 지고 싶지 않다'를 꼽는다면?

"어느 팀이든 이기고 싶지만, 선수시절 삼성을 이기면 팀에서 유독 좋아했다. 한 팀만 꼽는다면, 이상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을 이기고 싶다."

-외국선수 조합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외국선수는 구단 상황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김종규가 있지만, 그래도 나는 빅맨에 단신도 조금 더 골밑에서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한국 농구에 적합한 것 같다. 그래야 김종규의 체력적인 면도 도움이 된다."

-경험해본 지도자 가운데 롤모델이 있다면?

"운이 좋아서 좋은 분들에게 대체로 좋은 부분을 배웠다. 1명을 꼬집긴 힘들다."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이 있다면?

"은퇴한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 건 꿈 같은 일이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LG로 돌아왔는데, 내가 제일 잘할 수 있고 많이 알고 있는 게 농구다.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현역에서 은퇴할 당시 지도자가 되는 것에 대한 생각도 했었나?

"선수시절에는 농구를 원없이 해보고 농구는 쳐다도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은퇴를 하고 보니 원없이 못했던 것 같다. 단장님, 사무국장님이 선수시절 호흡을 맞춘 스태프들이다. LG에서 제의가 왔을 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감독으로 선임된 후 전화로 축하를 많이 받았을 텐데?

"아무래도 (서)장훈이 형이 가장 많은 전화를 했다. 통화를 끊으면 또 하고, 끊으면 또 하고…(웃음).'잘할 수 있어'라고 얘기하더라. 많이 기뻐하셨다. 장훈이 형은 자기가 할 말만 하고 끊는 스타일이다. 나는 그냥 '알았다'라는 얘기만 했다(웃음). 장훈이 형은 감독이 되면 굉장히 잘할 것이다. 승부욕도 있고, 머리도 잘 쓴다. 나보다 카리스마가 강해 선수들을 잘 지도할 것 같다. 감독으로 오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하다."

-FA 영입도 고려해볼 것인지?

"큰 변화는 없을 텐데, 필요하다면 FA나 트레이드도 고려하고 있다. 그 부분은 구단과 상의해야 해서 지금 답변하는 것은 어렵다."

-2017-2018시즌 목표는?

"너무 크면 안 될 것 같다. 올 시즌 6강을 못 갔기 때문에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해야 한다. 선수 구성이 좋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보다 좋은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단 봄에 농구를 하는 게 목표다."

-가장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김종규다. 가장 기대했고, 실망이 큰 선수도 김종규다.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큰 선수 역시 김종규다. 장점을 코트에서 제대로 발휘 못하는 것 같다. 공격, 수비 모두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 다듬어야 한다."

[현주엽 감독.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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