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무리뉴가 첼시를 무너트린 전술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이 변칙적인 전술로 첼시의 스리백을 무너트렸다. 완벽한 복수였다. 이번 시즌 두 차례 맞대결에서 패배를 맛봤던 무리뉴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벤치로 내린 다소 파격적인 전략으로 안토니오 콩테의 3-4-3을 제압했다.

무리뉴의 승부수였다. 1) 변칙적인 스리백을 꺼냈고 2) 안데르 에레라로 에당 아자르를 막았다. 그리고 3) 투톱을 활용해 첼시 스리백 사이를 공략했다. 포메이션은 3-5-2였다. 에릭 바이, 마르코스 로호, 마테오 다르미안이 스리백을 구성하고 좌우 윙백에 안토니오 발렌시아, 애슐리 영이 포진했다. 미드필더는 안데르 에레라, 마루앙 펠라이니, 폴 포그바가 맡았고 투톱에는 제시 린가드, 마커스 래쉬포드가 자리했다.

#변칙 스리백

일반적인 스리백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바이와 로호가 자리를 지키고 다르미안은 좀 더 왼쪽에 치우쳐 첼시의 오른쪽 윙어 페드로를 견제했다. 다르미안은 맨유가 공을 소유했을 때는 사이드로 넓게 이동해 영의 전진을 도왔고,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는 페드로를 쫓았다. 그로인해 경기 초반 맨유의 수비라인은 스리백인지, 포백인지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웠다.

무리뉴 감독이 스리백을 전문 센터백으로 구성하지 않고 풀백 자원인 다르미안을 추가한 이유는 첼시가 디에고 코스타 한 명의 스트라이커를 세웠기 때문이다. 원톱을 스리백으로 막는 건 비효율적이다. 첼시의 공격이 2선 날개에 있다고 판단한 무리뉴는 3번째 수비수를 풀백으로 선택했다.

#'박지성 빙의' 에레라

무리뉴는 과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안드레아 피를로를 압박하기 위해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한 맨마킹 전술을 인용했다. 에레라를 고정된 홀딩 미드필더로 쓰지 않고 아자르가 위치한 구역에 배치했다. 아자르가 왼쪽 날개였기 때문에 에레라는 대부분의 시간을 바이(스리백의 오른쪽)와 발렌시아(윙백) 사이에서 보냈다. 에레라가 4-4-2의 변칙 수비수로 보였던 이유다.

하지만 에레라는 4-4-2가 아닌 3-5-2에서 중앙 미드필더였다. 다만, 아자르를 견제하기 위해 수비 위치가 우측으로 쏠렸을 뿐이다. 맨유가 공을 소유했을 때 에레라는 중앙으로 들어와 패스를 전개했다. 전반 7분 첼시의 공을 끊어낸 에레라는 환상적인 패스로 래쉬포드의 선제골을 이끌었다.

에레라는 이날 무리뉴 변칙 전술의 핵심이었다. 그는 2번의 득점 기회를 창출했고 4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이전의 경기와 비교해 패스 숫자는 줄었지만, 공을 가지고 있을 않을 때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줬다. 아자르의 ‘슈팅 0개’가 이를 증명한다.

#젊고, 빠른 투톱

즐라탄을 선발에서 제외한 무리뉴의 결정은 놀라웠다. 중요한 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자를 빼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하지만 무리뉴는 망설이지 않았다. 전술적인 판단이었다. 무리뉴는 첼시의 스리백을 압박하고 공간을 침투하기 위해 좀 더 젊고, 민첩하며, 빠른 래쉬포드와 린가드를 투톱에 세웠다.

래쉬포드, 린가드 투톱은 전방에 머무르지 않고 수시로 내려와 공을 받거나 좌우로 크게 움직이며 첼시 스리백을 흔들었다. 마르코스 알론소의 부상으로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하면서 커트 주마가 스리백에 가세했지만 빌드업에서 약점을 보였다. 실제로 다비드 루이스(53개), 게리 케이힐(46개)와 비교해 주마(28개)의 패스 숫자가 절반 가까이 적었다.

#총평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인 완승이었다. 이번 시즌 첼시와의 첫 대결에서 0-4로 패했던 그는 3-4-3의 강점은 지우고, 약점을 공략해 승리를 따냈다. 무리뉴는 이를 위해 즐라탄을 벤치로 내리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줬고, 전술적인 이해도 높았다.

무리뉴는 경기 후 “FA컵에서 에레라가 퇴장 당하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이겼을 것이다. 비록 그때 졌지만 이 전술이 첼시를 어렵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생각한 최고의 선수로 선발을 짰다. 래쉬포드가 첼시 수비수보다 빠르다는 걸 이용했다. 정말 잘했다”고 칭찬했다. 승리 주역 에레라도 “완벽했다. 첼시는 어떠한 찬스도 잡지 못했다”며 웃었다.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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