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의 솔.까.말] "존경과 감사"…故 김영애, 마지막길 더 애틋한 이유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故 김영애가 오랜 투병 끝에 영면에 든다.

고 김영애의 발인이 11일 오전 11시 서울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행된다. 가족과 친지 그리고 동료배우 등이 참석해 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할 예정이다.

오랜 시간 투병해 온 고인은 유작이 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0월 병세가 악화돼 입원했다. 이후 의료진의 만류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외출증을 끊어가며 촬영에 임했다. 약 4개월, 일주일에 하루 병원 밖을 나와 녹화를 진행했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병세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 열정적이었으며 연기혼을 불태웠다. 이랬던 고인은 지난 9일 오전, 췌장암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났다.

고 김영애가 세상을 떠난 소식은 갑작스러웠고, 그 만큼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브라운관에서 호연을 펼쳐냈던 그이기에 더 믿기 힘든 비보였다. 수많은 동료배우 그리고 시청자, 관객이 고인을 애도했다. 추모의 글이 이어졌고, 자신의 일처럼 가슴아파했다. 이는 그가 오랜 시간동안 우리 곁에서 호연을 선보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랜 투병 중에도 수많은 작품에서 자신을 불태웠으며, 특히 병원에 입원했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된 가운데서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롤을 완벽히 소화하며 큰 울림을 선사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 김영애의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마지막 촬영일, 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고인을 배웅했다. 현장은 숙연했고, 몇몇 이들은 눈물을 내비쳤다.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책임감을 잃지 않았으며,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됐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생이 담긴 연기를 선보였던 고인을 향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들이 묻어났다.

시청자 역시 다르지 않았다. 고인은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때로는 카리스마를, 때로는 어머니의 푸근함을 선사했다. 여기에 천한 여자가 됐다가도 어느 순간 한 없이 우아한 귀부인이 돼 나타나는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제 옷처럼 연기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안기며 우리네 인생사를 각각의 작품 속에 녹여내 많은 이들을 울고 웃겼다.

고 김영애는 죽음 앞에서 의연했다. 생명이 사그라드는 순간에도 자신을 불태워 경지에 오른 배우의 존엄을 보여줬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올곧이, 또 당당하게 걸어갔다. 배우 김영애. 이제는 기존 작품들 속에서만 고인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가 보여준 배우로서의 정신과 혼을 담아낸 연기는 후배 배우들의 귀감이 되고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길 것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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