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진의 틈] '고등래퍼'는 결코 어설프지 않았다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고등래퍼'들의 진심이 어른들도 울렸다.

고고 랩 대항전을 표방한 케이블채널 엠넷 '고등래퍼'가 31일 종영했다. 양홍원이 라이벌 최하민을 단 두 점차로 앞서며 최종 우승자가 됐다. '편지'라는 배틀 주제에 양홍원은 가족들을 위한 랩 가사를 적었다. 과거 행적을 반성하고 자신을 증명해내겠다는 내용을 담은 곡 'Better man'이다.

무대 전 공개된 영상에서 양홍원은 "(중학교 때) 좀 삐뚤어져있었다"라며 고개를 숙였고,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사랑한다"라고 말해줬다. 양홍원은 노란 메모장에 꾹꾹 눌러 적은 진심을 무대 위에서 전달했다.

최하민도 가족을 위해 곡 'Come for you'를 썼다. 잔잔한 래핑 가운데서도 특유의 서정적 감성의 가사가 여러 차례 울컥하는 지점을 만들어 냈다. 가족을 눈 앞에 둔 최하민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눈시울이 촉촉히 젖었다. 리스너들은 숨죽여 들으며 가사를 귀에 담았고, 눈물을 닦아 내는 모습의 스윙스도 포착됐다.

'고등래퍼'들은 결코 어설프지 않았다. '청소년들의 힙합 문화'라는 것을 우습게 여긴 시각도 많았지만 10대들의 진솔한 생각과 감정 표현은 '쇼미더머니'와 확실히 풍경을 만들어냈다. 금수저, 아이돌 래퍼 등 편견을 랩 가사로 타파해 나가는 방식도 꽤 성숙했다. 발표된 음원들도 찾아 들을 만한 수준이었다.

논란으로 시작해 사과로 끝났다는 지적에도 다행스러운 것은 수많은 원석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형평성 논란, 자극적인 편집 등 거친 환경 속에서도 '꿈'이라는 것을 지켜내고야 만 '고등래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진 = 엠넷 방송 화면]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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