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윤동주, 달을쏘다.' 온주완 "시대 대변한 인물, 사명감 있죠"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온주완이 무대에 푹 빠졌다. 지난해 뮤지컬 ‘뉴시즈’를 통해 데뷔 13년 만에 무대에 처음 섰던 그는 이번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를 통해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린 창작 가무극으로, 올해는 특별히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어느때보다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릴 예정이다. 온주완은 극중 윤동주 역을 맡았다.

두 번째 뮤지컬인 만큼 어느 정도 무대에 적응 했을 법도 하지만 온주완은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뮤지컬 ‘뉴시즈’와 ‘윤동주, 달을 쏘다.’는 확실히 다른 작품이기 때문에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온주완은 “‘뉴시즈’는 함께 모여서 만들었는데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이라는 단체가 있지 않나. 사실 되게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삼연을 했던 작품이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분들 속에 내가 어떻게 혼자 뛰어 들어와서 적응할 수 있을까 이틀 간 고민했어요. 하지만 서울예술단 단원인 것처럼 대해주시기도 하고 또래라 금방 친해지기도 해서 다행이었어요. 전 지금 완전 뮤지컬배우로선 신인이죠. 아직 새내기, 16학번이에요.(웃음)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도 어쨌든 같이 작품을 해야 하는 동료기 때문에 더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서울예술단 분들도 더 편하게 잘 어울릴 수 있게 해주셨어요.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세명을 ‘슈또풍’이라고 한다는데 저는 온주완, 김도빈, 조풍래로 해서 ‘온또풍’을 만들려 했죠.(웃음)”

‘윤동주, 달을 쏘다.’는 두달 연습 후 단 2주간 공연한다. 주위에서는 온주완에게 ‘굳이 왜 하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온주완도 “좋을 것 같아”라는 짧은 답변만 내놨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너 이게 얼마나 좋은 작품인데 그렇게 얘기해?” 할 정도로 자부심이 생겼다.

“2주간 한다고 해서 ‘안할래’ 했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제게 오는 느낌이 커요. 사실 어떤 시대를 대변했던 인물이잖아요. 그 시대 분위기를 가장 잘 남겨주신 분이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에 속하고. 사실 배우로서 저는 그래요. 윤동주라는 사람이 100년 동안 기억된 인물인데 앞으로 계속 기억되기 위함에 있어 책임감이 있어요. 저한테도 물론 사명감이 있고요. 현 시대에 사람들이 그가 기억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 역할 중에 제가 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러워요.”

‘윤동주, 달을 쏘다.’는 앞서 박영수의 윤동주가 각인된 작품. 또 최근에는 영화 ‘동주’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게 됐다. 새로운 윤동주 온주완에게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사실 박영수가 표현한 윤동주를 또 보러 오시는 분들도 있을 거고 그 윤동주가 맞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근데 내가 만약 ‘아 박영수 연기를 온주완이 보여줘야지’라고 했다면 나는 아예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내가 표현해내는 윤동주는 영수형이 표현해내는 윤동주와 다를 거라는 확신도 있었고, 자신도 있었어요. 또 관객분들한테 박영수와는 또 다른 윤동주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을 한 거고요.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인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소극적, 내성적 그리고 조용히 방 안에서 시만 쓸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이런 거를 좀 깨고 싶었어요. 윤동주라는 시인은 웅변대회에 나갈 만큼 용기도 있었고 축구와 농구도 좋아했었거든요. 그런걸 보면 절대 내성적이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죠.”

온주완은 자신만의 윤동주를 표현하리라 다짐했다. 온주완의 윤동주는 확 다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시작점이었다. 박영수의 그 전 무대를 보고 ‘머리를 땅 때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지만 그와 동시에 ‘온주완, 네가 표현하는 윤동주는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됐다.

“‘윤동주, 달을 쏘다.’ 출연을 결정을 하고 그 때부터 부담감이 시작됐어요. ‘뉴시즈’는 초연이었지만 ‘윤동주, 달을 쏘다.’는 이미 만들어진 작품이잖아요. 설 연휴에 고향에 가지도 않고 공연 실황 영상을 스무번 이상 보면서 연습 첫날 대본 없이 임할 수 있을 정도로 다 외워 갔어요. 새로 왔는데 또 가르쳐줘야 하고 그러면 단원분들도 나 하나로 고생이잖아요. 제 결정에 책임감도 있었던 것 같고 부담감도 있었어요. 이렇게 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노력을 했죠.”

매체 배우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단원들에게 어떤 인상을 줘야 할지 고민하면서 열의를 불태웠다. 얼마나 열정이 있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주하기 싫었고, 적응됨과 동시에 나태해지는 자신을 보기는 싫었다.

그래서 뮤지컬에 더 애착을 느끼게 됐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20대 초반의 열정이 다시 보이니 신이 나기도 했다. 배우로서 자존감이 생겼고, ‘내가 안주하는 배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안심도 됐다. “아직까지 뜨거움이 있고 청춘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하는 온주완 표정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윤동주, 달을 쏘다.’는 열정과 함께 연기적으로도 그를 발전시킨다. “정말 힘들다. 감정도 그렇고 몸도 힘들다”고 운을 뗀 그는 “처음 런을 돌 때 20분 정도 울면서 연기했다. 진짜 내가 아팠다”고 고백했다.

“어떻게 연기해야 관객 분들이 더 아플까 생각하면서 연기하지 않아요. 진짜 제가 아파서 연기하죠. 그러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근데 아파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봤을 때 같이 아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픔을 보여드리는 연기가 아니라 ‘아, 쟤 진짜 아프구나, 정말 힘들구나. 진짜 살고싶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평생 울거 공연하는 2주 동안 다 울 것 같아요.”

윤동주가 되어 무대에서 살기로 한 온주완. 그러나 윤동주에 대한 접근 방법은 다르다.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라기보다는 그 시대에 살았던 청춘으로 접근한다. “과연 윤동주 시인의 청춘과 내 청춘은 얼마나 달랐을까. 내가 청춘 때 갖고 있던 간절함, 뜨거움, 열정 이게 과연 얼마나 다를까?”라고 밝힌 그는 “시대적인 배경은 다르지만 별반 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동주 시인의 청춘과 내 청춘 뿐만 아니라 여느 사람들의 청춘과 별반 온도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윤동주, 달을 쏘다.’를 봤을 때 시인의 아픔 보다는 청춘의 아픔을 더 표현하고 싶어요. 같이 아파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적인 부분에 가장 비중을 두고 있어요. 2주 공연이 너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공연이 올라가면 배우로서 자존감이 어마어마해질 것 같아요. 그만큼 쏟아 부을 겁니다.”

한편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는 21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약 2주 간 공연된다.

[온주완.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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