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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건강]스트레스 해소하나 부추기나 ‘커피의 역설’
17-03-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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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의 커피와 건강]



“커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말에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 분들이 적지 않다.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잔다거나 심장이 쿵쾅거린다는 등 차분함 보다는 요란한 움직임에 대한 묘사들이 많은 탓일 것이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으로 인해 신체에서는 각성작용이 진행된다. 카페인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에 직접 작용할 수 있는 향정신성 물질이다. 그럼에도 카페인이 ‘마약’과 달리 정상적인 물질로 대접받는 것은 3~4시간이면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24시간이면 약물효과가 거의 사라지기 때문이다.

피곤이 누적되면 뇌는 수면유도물질인 아데노신을 분비해 신체를 취침모드로 전환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때 카페인이 많아지면 아데노신이 결합해야 할 뇌부위에 모양이 비슷하게 생긴 카페인이 자리를 잡아 거꾸로 잠을 깨우는 작용을 한다. 심장 박동을 촉진시키고 호흡도 빠르게 하는 동시에 혈관을 수축하도록 만들어 혈압을 높인다. 커피 한 잔은 적어도 카페인 100mg을 뇌에 공급하는데, 이는 45분 정도 뇌를 보다 빨리 움직이게 함으로써 명석하게 해준다는 보고가 있다.

카페인의 이런 기능이 스트레스 해소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선 먼저 스트레스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스트레스란 한마디로 ‘유해한 환경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다. 뇌는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할 때 신체를 보호할 목적으로 여러 화학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심장 박동수와 호흡을 빠르게 하는 동시에 근육을 경직시키고 혈압을 높임으로써 위협적인 상황에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스트레스란 곧 신체를 방어하기 위한 현상이다.

카페인이 신체에 일으키는 현상과 뇌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유발하는 스트레스 현상이 서로 닮았다. 그렇다면, 커피(카페인)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는 것은 ‘역설(Paradox)’인가?

커피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준다는 연구결과는 분명히 잇따르고 있다. 포르투갈 코임브라대학교 연구팀은 2015년 “카페인이 만성 스트레스를 완화해준다”고 발표했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의 해마에 있는 신경회로를 변화시켜 기억력을 떨어뜨리고 우울한 감정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카페인이 뇌의 아데노신 수용기에 영향을 끼쳐 우울증과 기억력 저하 등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악영향을 경감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연구에서는 커피를 마시지 않고 향을 맡는 것만으로 뇌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단백질이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볶은 커피 원두를 방향제로 활용하며 기분을 전환하거나 스트레스를 푸려는 모습을 주변에서 적잖게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약간의 스트레스와 적절한 카페인 섭취는 상황에 빨리 대응하게 하는 등 신체에 유익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카페인 과다섭취가 문제를 야기하듯 과도한 스트레스 또는 장기간 누적되는 만성 스트레스는 정신적으로 우울증과 불안증을, 육체적으로는 고혈압과 심장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커피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현상이 확인됐지만, 어떤 기작을 통해서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뇌와 관련된 영역이기 때문이다. 영국서섹스대학 연구팀이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커피보다 독서가 더 효과적인 사실을 밝혀낸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이다.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심박수가 낮아지고 근육 긴장이 풀어지면서 스트레스가 68% 감소했다. 이 효과는 음악감상(61%)과 커피 마시기(54%)보다 앞서는 것이다. 연구팀은 독서가 작가 만든 상상의 공간으로 이끌어 일상의 근심을 잊게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없애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생각만으로 마음을 차분할 수 있겠지만 한 잔의 그윽한 커피가 곁들여지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커피가 각성 뿐 아니라 심적 위로가 된다는 사실은 전쟁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1861년부터 4년간 이어진 미국남북전쟁에서 북군은 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고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병사들에게 커피 원두를 배급했다. 병사들은 총알이 오가는 와중에서도 소총의 개머리판에 커피그라인더를 장착하면서까지 커피를 갈아 마셨다. 반면 남군은 링컨 대통령의 항구봉쇄전략에 따라 커피를 배급 받지 못했다. 북군이 전쟁에서 승리한 요인 중의 하나로 커피 배급을 꼽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스트레소 해소는 카페인 각성효과와 함께 커피가 지닌 2가지 핵심적 가치라고 해도 좋겠다.

[사진설명= 카페인이 불러 일으키는 신체반응은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흡사하다. 커피는 각성효과와 함께 우울증과 불안감을 덜어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제공 = 커피비평가협회]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약력

필자는 뉴욕 CIA 향미전문가, 프랑스 보르도 와인블렌딩, 일본 사케소믈리에, 이탈리아 바리스타. 미국커피테이스터, 큐그레이더 등 식음료관련 국제자격증과 디플로마를 30여종 취득한 전문가이다. 20여년간 일간지에서 사건 및 의학전문기자를 지냈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 회장 twit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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