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진의 틈] '내보스' 박혜수, 주연은 경험을 쌓는 자리가 아냐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노력파' 이미지인 박혜수이지만 '연기력 논란'은 극복하지 못했다.

박혜수는 14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내성적인 보스'(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에서 채로운 역으로 '데뷔 첫 단독 여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또 오해영'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송현욱 PD와의 만남이었던 만큼 기대도 컸다.

송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제2의 서현진' '로코퀸 가능성' 등을 묻는 질문에 "박혜수가 잘 한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연우진과 굉장히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기대감을 부풀리기도 했다.

박혜수는 시청자가 인정한 노력파였다. SBS 'K팝스타4' 출연 당시 심사위원의 지적을 단박에 고쳐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던 터. 종합편성채널 JTBC '청춘시대'를 통해서도 긍정적인 연기 평가를 받았던 까닭에 '내성적인 보스' 역시 '잘 해낼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박혜수는 첫 방송부터 연기로 논란의 여주인공이 됐다. 극 초반 비호감으로 비춰질 수 있었던 캐릭터 설정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안개처럼 뿌연 목소리와 미숙한 감정 표현 때문에 몰입이 깨지기 일쑤였다. 게다가 채로운은 대부분의 인물들을 상대해 박혜수의 연기력이 극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었다.

또 "아기처럼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다"는 스스로의 우려대로 극 중 연우진과 박혜수는 커플보다 남매의 느낌이 강했다. 오히려 연우진의 옛 연인 설정으로 중간 투입된 장희진의 열연에 감정의 동요가 더 크게 일어났다.

'여주인공' 박혜수의 책임감은 여느 단역이나 조연의 것과는 달랐다. 드라마 전체를 이끄는 힘이 필요했지만 '내성적인 보스'로 경험을 쌓는 선택을 해버리고 말았다. 주연은 그 몫을 '증명' 해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간과한 채.

소속사의 대응도 아쉬웠다. 16부 내내 박혜수의 연기력을 거론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음에도 '캐릭터 200% 소화' '깊어진 감정연기' '안방극장 쥐락펴락' '멜로퀸 입지 다져' 등 칭찬 일색의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해왔다.

종영 즈음 박혜수의 연기가 재평가 될 수 있었다면 더 없이 좋았겠지만 그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차라리 소속사가 연구하고 노력하는 박혜수의 모습을 어필해 왔다면, 진정성 있는 연기 열정만큼은 기억에 남았을 텐데 말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tvN 방송 화면]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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