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 그 누구도 아닌 싱어송라이터 박지윤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박지윤 9집'을 트랙리스트에 넣고 1트랙부터 10트랙까지 반복해 들었다. 박지윤의 목소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따뜻하고 한편으로는 꽤 묵직하다. 끝을 모를 만큼 깊은 우울까지 끌어 내리다가 이내 작은 미소가 얼굴에 떠오른다. 이 음악은 싱어송라이터 박지윤, 그 자신이다.

박지윤은 5년 만에 싱어송라이터로서 10곡이 꽉꽉 채워진 정규 9집을 냈다. 타이틀곡 '그러지 마요'를 비롯해 창법이 돋보이는 '달이 피는 밤', 실험과 도전이 돋보이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등 8곡을 박지윤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

'그러지 마요'는 사랑이 떠나가는 이별 감정을 그렸는데, 그 와중에 '사랑은 두려움을 잊는다'는 반복된 가사가 마음에 꽂히는 건 아이러니 하다. 티 없이 맑은 미성에서 첼로처럼 저음으로 흐르는 박지윤 특유의 보이스가 잘 녹아난 곡이다.

'외로워서 쳐다보면 내가 말 걸어줄래요'라는 도입부 가사부터 귀를 사로잡는 '달이 피는 밤'은 조금은 정돈되지 않은 박지윤의 창법이 감정을 고조시킨다. 특히, 마지막 벌스 부분 멜로디의 도약이 가파른데, 마치 외로움 가운데 여자의 심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특히, 재미 있는 곡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다. 한 인간의 근원적인 고민을 담았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뜻의 삽입구 '하지 마'가 포인트다. 꽤 오랜 시간을 차지하는 두 번째 간주는 그야말로 파격적인데, 다양한 사운드가 한데 합쳐져 우주 같은 소리가 난다. 곧 이어 터지는 록사운드가 청량하다.

가수 곽진언이 쓰고 함께 부른 '다른 사람 사랑할 준비를 해'는 협업의 아주 좋은 예다. 곽진언의 화법과 박지윤의 감성이 무척 잘 어우러져 시너지를 낸다. '너와 나 사이에 큰 벽에 있어서 그 벽에 기대어 운다'는 가사가 마음 아프다.

박지윤은 이번 앨범에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저 영어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적어 넣었다. 다른 제목이나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 앨범 속 음악들은 박지윤의 생각과 감성, 그 면면을 담고 있다.

지난 1993년 데뷔한 박지윤은 모델로, 연기자로, 가수로 대중에게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 왔다. 가수로서 지난날의 행보로 비쳐볼 때, 박지윤은 줄곧 자신만의 음악을 찾으려 부단히 애써 왔다. 개인적으로는 박지윤이 국내 여자 가수 중 이소라와 더불어 독보적 목소리를 갖고 있는 아티스트라고 본다.

'하늘색 꿈' 속에서 흐르던 청초한 매력, 당대 최고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성인식'의 파격을 지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박지윤의 매일은 수없이 많은 멜로디와 가사, 음악으로 생동했고, 싱어송라이터로 피어났다. 7집 '꽃, 다시 첫 번째', 8집 '나무가 되는 꿈'. 그리고 비로소 9집 '박지윤'이다.

[사진 =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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