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록의 나침반] 크리스탈 전시회 가봤더니…f(x)는 은밀한 실험 중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f(x)의 실험은 계속 진행 중이다.

21일 합정동에서 열리고 있는 크리스탈의 전시회에 가봤다.

정확히 표현하면 크리스탈과 글렌체크 김준원의 콜라보레이션 화보 전시회다. 전시장은 알고 보니 카페였다. 벽면을 온통 크리스탈의 사진들이 채우고 있는 탓에 마치 크리스탈을 열렬히 사랑하는 어떤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느낌이 들었다.

카페에선 크리스탈과 김준원이 낸 '아이 돈 워너 러브 유(I Don't Wanna Love You)'가 흘러나왔다. 따로 마련된 흡연실에는 좀 더 신비스러운 화보들이 배치돼 은밀한 분위기도 감돌았다. 높은 벽에 걸린 대형 사진에선 레드 벨벳 원피스를 입은 크리스탈이 눈을 내리깔고 있어 마치 이 비밀스러운 공간을 누가 훔쳐보러 왔나 지켜보는 기분도 들었다.

전시의 규모는 크지 않았다. 카페의 소품처럼 활용된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음악과 전시를 결합한 f(x)의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f(x)는 2015년 4집 '포 월즈(4 Walls)' 컴백 당시에도 경리단길에 작은 전시장을 마련해 새 앨범의 티저 영상과 음악을 최초 공개했다. 아이돌의 컴백 프로모션으로는 이례적인 방식이었다. 목적은 직접 발로 찾아서 음악을 듣게 하는 새로운 콘텐츠로 팬들과의 소통의 벽을 허무는 데 있었다.

합정동 전시장 지하에도 '아이 돈 워너 러브 유' 뮤직비디오가 상영되고 있었다. 뮤직비디오의 흑백 화면과 지하의 어두컴컴한 공기가 뒤섞이자 노래의 그로테스크한 감성은 극대화됐다. 단순히 이어폰을 끼고 노래만 들었을 때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다.

f(x)는 지난해 공식 '완전체' 활동 없이 보내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 미래 역시 지금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몇 가지 신호는 있다.

데뷔 초기 '츄(Chu)','피노키오', '핫 서머(Hot Summer)' 등의 규정하기 어려우면서도 독특한 소녀 감성은 같은 소속사 후배 걸그룹 레드벨벳이 '러시안 룰렛'과 '루키(Rookie)'를 잇따라 내놓으며 이양되고 있다.

대신 f(x)는 매니아층에 집중하고 있다. 대중의 예상을 깨고 f(x) 감성으로만 채웠던 루나의 솔로 데뷔 앨범이나 걸그룹 콜라보레이션 유행의 흐름에서 벗어난 크리스탈의 신곡까지 이들이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방향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f(x)의 실험이 언제까지 이어지고, 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직접 듣기 전에는 결코 예측할 수 없는 f(x)만의 독창적 스타일은 사라지게 둘 수 없는 가치 있는 존재들이다.

크리스탈이 이 카페에서 먹었다며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당근 주스를 마셔봤다. 쓸 줄 알았더니 달더라. 마치 f(x) 같다.

[사진 =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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