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스피드가 역습을 완성한다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빠른 스피드는 더 이상 공격만을 위한 무기가 아니다. 게겐 프레싱으로 불리는 전방 압박이 등장하면서 빠르고 부지런한 공격수가 감독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상대 진영부터 압박을 시도해 공을 빼앗아 곧바로 역습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축구전술칼럼니스트 마이클 콕스는 “현대 축구에선 기술적으로 빠른 선수들이 많아졌다. 그로인해 유럽 톱 클래스 팀들에게 역습은 중요한 요소가 됐다. 속도는 역습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세네갈 출신 사디오 마네는 바로 이 속도라는 측면에서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다. 단순히 빠른 것만이 아니다. 누구보다 많이 뛰고 헌신적이다. 상대가 조금만 공을 늦게 처리하거나 방황하는 장면이 포착되면 즉시 달려가 공을 탈취한다. 마네의 질주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던 토트넘의 포백을 멘붕에 빠트렸다.

위르겐 클롭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대결은 역습과 역습의 충돌이었다. 리버풀과 토트넘 모두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동시에 공격과 수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높은 수비 라인을 유지했다. 이는 두 팀의 패스 숫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소 500개에 가까운 ‘패스 성공’이 이날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공을 ‘소유’하고 ‘전개’하기보다 빠르게 공을 전방으로 ‘전달’하거나 상대의 ‘실수’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치열한 중원 싸움이 펼쳐지면서 승부는 예상보다 이른 시간 갈렸다. 그리고 차이를 만든 건 마네였다. 전반 16분 첫 골 장면에서 마네는 수비지역을 벗어난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뒷공간을 완벽하게 파고들었다. 벤 데이비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나는 어정쩡한 위치 선정으로 오프사이드 라인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마네를 쫓아갈 속도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대니 로즈의 부재가 커 보였던 이유다.

추가 득점이 터진 전반 20분에도 마네의 스피드는 빛났다. 토트넘에겐 매우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리버풀 풀백 제임스 밀너가 걷어낸 공이 높게 떠 있었고, 에릭 다이어에겐 공을 소유할 공간과 시간이 충분했다. 하지만 스탭이 꼬였고 공이 공중에 있을 때부터 뛰기 시작한 마네에게 공을 빼앗겼다. 다이어의 어설픈 처리가 결정적이었지만, 실수를 유발하고 상대 골문까지 도달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마네의 속도였다.

토트넘에겐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우리는 전반전 초반에 너무도 부주의했다. 싸울 준비가 전혀 없는 팀 같았다. 실망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후반전에야 우리 수준으로 경기력이 돌아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오늘처럼 압박에 대처하지 못하면 리그에서 우승할 수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리버풀은 잘 나갈 때의 압박과 속도가 살아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클롭은 “우리는 투쟁심 있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수비 역시 개선됐다.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며 웃었다.

특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이후 복귀한 마네의 가세는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로베르트 피르미누와 필리페 쿠티뉴 역시 뛰어난 기술과 속도를 갖췄지만, 순간 가속도가 폭발적인 마네가 있을 때 비로소 시너지 효과가 배가 됐다. 리버풀 지역지 ‘리버풀 에코’의 칼럼니스트 닐 멜러는 “마네의 장점은 속도다. 그의 엄청난 가속도는 상대 수비를 떨쳐내고 공간을 만든다. 리버풀 역습에서 마네는 빼 놓을 수 없는 선수다”고 엄지를 세웠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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