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캐릭을 끌어내린 클롭의 다이아몬드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마이클 캐릭과 함께 뛸 때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있다. 영국의 축구칼럼니스트 조나단 윌슨(Jonathan Wilson)은 캐릭에 대해 “노쇠했지만 여전히 맨유에 필요한 톱니바퀴”라고 높이 평가했다. 기록이 말해준다. 리버풀 경기 이전까지 맨유는 캐릭이 출전한 경기에서 14승 2무를 거뒀다. 통계업체 ‘옵타(Opta)’에 따르면 지난 3시즌 동안 캐릭이 출전한 경기에서 맨유의 승률은 60%에 달한다. 엄청난 영향력이다.

때문에 위르겐 클롭이 캐릭을 전술적인 타깃으로 정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기존의 4-3-3 포메이션에 변화를 줬다. 아담 랄라나를 로베르트 피르미누와 디보크 오리기 사이에 배치해 다이아몬드 미드필더를 구축했다. 피르미누와 오리기는 맨유 센터백과 풀백 사이를 공략했고 랄라나는 캐릭이 쉽게 공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캐릭이 묶이자 맨유는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스럽게 센터백 필 존스와 마르코스 로호의 패스는 캐릭이 아닌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를 향했다. 그리고 이후 공격 전개는 대부분 사이드를 향한 롱패스를 통해 이뤄졌다. 실제로 캐릭의 패스는 28개에 그쳤다. 데 헤아(24개)와 비슷한 숫자다. 랄라나를 다이아몬드의 꼭지점으로 활용한 클롭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폴 포그바의 어이없는 핸드볼 반칙으로 선제골을 내준 주제 무리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캐릭을 불러들이고 웨인 루니를 투입했다. 무리뉴는 “전반전 내내 우리는 공을 상대 진영으로 전진시키지 못했다. 리버풀 선수들이 모두 맨유 쪽만 바라보고 있어서 목이 아플 정도였다”며 작전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루니가 들어가면서 맨유의 포메이션은 4-3-3에서 4-2-3-1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클롭의 다이아몬드 작전에 혼란을 가져왔다. 캐릭이 교체돼 들어가면서 랄라나가 압박해야 할 대상이 사라졌다. 또한 맨유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조던 핸더슨은 루니의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앙에 밀집된 다이아몬드 진형은 측면에 자주 공간을 내줬다. 앙토니 마샬과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전진이 수월했던 이유다.

반면 클롭은 후반 15분이 돼서야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오리기를 빼고 부상에서 돌아온 필리페 쿠티뉴가 들어갔다. 다이아몬드는 전형적인 4-3-3으로 전환됐다. 쿠티뉴 투입 후 리버풀은 홀딩 미드필더를 제외한 맨유의 뒷공간을 위협했다. 하지만 피르미누의 슈팅은 데 헤아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리버풀 입장에선 역습에 능한 사디오 마네의 부재가 아쉬웠다. 그러나 끝까지 다니엘 스터리지를 투입하지 않은 건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리뉴 감독은 변화를 계속했다. 후안 마타를 투입한데 이어, 후반 31분에는 측면 수비수 마테오 다르미안 대신 장신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까지 내보냈다. 다르미안의 자리는 헨리크 미키타이안이 메웠다. 그리고 높이를 강화한 무리뉴의 승부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치의 극적인 헤딩골로 이어졌다.

클롭은 펠라이니가 들어온 순간에도 기존의 수비라인을 유지했다. 어떠한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동점골의 빌미가 됐다. 맨유가 사실상 투톱을 가동했음에도 두 명의 센터백으로 공중볼을 대비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땅한 중앙 수비 자원도 없었다. 리버풀의 센터백 부족은 이러한 상황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어렵게 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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