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건강]휴일이면 없던 ‘두통’이 생기는 이유

[박영순의 커피와 건강]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할 때, 두통(Headache)과의 연관성은 어려운 명제를 증명하는 것처럼 복잡하다.

다음 4가지의 명제가 각각 ‘참’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할 수 있을까?

1. 커피는 두통을 덜어준다.

2. 커피는 두통을 유발한다.

3. 커피를 마시면 두통을 겪는다.

4. 커피를 끊으면 두통을 겪는다.

명제끼리 진위가 충돌하지만, 모두 ‘참’이다.

이유는 이렇다. 카페인은 말초신경을 이완시키지만, 중추신경을 수축시키는 특이한 작용을 한다. 이런 이채로운 작용으로, 카페인은 진통제 역할을 하며 두통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많은 두통약에는 카페인이 소량 포함돼 있기도 하다. 카페인이 뇌의 표면을 지나는 혈관을 수축시켜 두통을 덜어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이다. 카페인이 체내에서 분해돼 빠져 나가면 혈관이 다시 확장되면서 두통을 겪게 된다. 다시 겪게 되는 두통의 강도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강하게 느끼게 된다. 일종의 ‘금단현상’ 탓이다.

일요일만 되면 두통이나 일부분이 욱신거리는 편두통을 겪는다고 푸념하는 분이라면 커피애호가일 가능성이 높다. 커피를 하루라도 마시지 않으면 금단현상을 겪게 될 정도로 ‘커피마니아의 반열’에 오른 지표로 받아들여도 좋겠다. 직장에서 늘 커피를 마시던 시간을 건너뛰면 뇌혈관이 평소보다 이완되면서 혈관을 감싸는 신경이 두개골에 눌려 두통이 유발된다.

‘휴일의 두통’을 이제 막 겪기 시작했다면, 다른 고민을 하지 말고 커피를 마시면 해결할 수 있다. 혹 그렇지 않다면 두통이란, 심각한 질병의 예고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커피로 인한 두통이라고 판단된다면, 그리고 그 두통의 정도가 심하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절제가 필요하다. 휴일 두통을 커피를 마심으로써 해결하려한다면 더 큰 고통과 더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해야하는 침묵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평소 마시는 커피를 줄여 섭취하는 카페인의 양을 서서히 줄여나가야 한다.

카페인은 어지간히 많이 섭취하지 않고서는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쉽지 않다. 인간에게 카페인의 치사량은 하루 10g 정도이다. 이는 아메리카노를 100잔 가량 마셔야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카페인을 많이 섭취할수록 우리의 간(肝)이 혹사하게 된다는 사실도 명심하면 좋겠다. 카페인은 모두 간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돼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커피의 금단현상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커피를 진정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커피를 오랜 친구처럼 교감하면서 곁에 두고 살아간다. 카페인을 적정량 섭취하면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커피가 몸에 좋다는 말이 나올수록 ‘호사다마(好事多魔)’를 경계해야 하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사진 제공 = 커피비평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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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필자는 뉴욕 CIA 향미전문가, 프랑스 보르도 와인블렌딩, 일본 사케소믈리에, 이탈리아 바리스타. 미국커피테이스터, 큐그레이더 등 식음료관련 국제자격증과 디플로마를 30여종 취득한 전문가이다. 20여년간 일간지에서 사건 및 의학전문기자를 지냈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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