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에필로그]'푸른바다' 망가진 전지현이 또 통한 이유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배우 전지현의 망가지는 연기가 또 통했다. 망가진 전지현은 어쩐 일인지 지겹지가 않다.

16일 밤 10시 첫 방송된 SBS 새 수목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극본 박진 연출 진혁)에서 인어 심청(전지현)이 길쭉한 몸으로 바다를 누비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심청은 심해 속 신비로운 풍광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인어 역이 정말 설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며 고된 수중 촬영을 토로했던 전지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뭍으로 올라와 다리가 생긴 심청에겐 모든 것이 다 새롭고 신기했다. 파스타, 케이크의 맛을 비롯해 처음 신어 보는 신발은 심청을 신나게 했다. 특히, 티슈를 뽑으며 발을 동동 구르는 심청은 마치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신기한 어린 아이와 같았다. 또, 자신에게 다가와 잘해 주는 허준재(이민호)에 대해 낯선 감정도 꿈틀댔다.

이 과정에서 전지현은 다시 한번 망가졌다. 준재에게 "정글에서 왔니? 늑대 처녀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손으로 파스타를 흡입하고 우걱우걱 초코 케이크를 먹는 심청은 자연인에 가까웠다. 입 주변에 초코를 잔뜩 묻히고, 혀로 낼름낼름 사탕을 빨고, 구두에 손을 넣고 귀를 파는 연기를 하는 전지현은 여배우의 고상함을 미련 없이 내려 놨다.

전지현을 일약 스타덤에 올린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 이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에서 각각 그녀와 천송이 역을 맡았다. 이 캐릭터를 통해 전지현은 두려움 없이 망가짐을 불사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술을 진탕 먹고 토하고, 남자친구 견우(차태현)을 괴롭히고 골탕 먹이는 엽기 행각을 하는 캐릭터였다. 자기 감정에 솔직한 천방지축 톱스타 천송이는 '별에서 온 그대'의 유쾌함을 꽉 잡았다.

'푸른바다의 전설'에서는 전혀 사회화 되지 않은 인어로 분했다. 작품을 결정한 전지현에겐 나름의 걱정이 있었다. 전작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 캐릭터와 관련해 "스스로 넘어야 할 벽"이라고 말했던 만큼 결이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를 어떻게 차별화 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첫 방송에서 이 같은 우려는 불식됐다. 전지현은 신비로운 인어의 아우라와 더불어 세상이 처음인 인어의 호기심을 발산하며 새로운 캐릭터를 표현해 냈다. 전작의 천송이가 '솔직함'이었다면, 인어 심청은 '호기심'과 '순수'로 점철된다.

특히, 인어 심청을 연기하는 전지현은 '천의 얼굴'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다양한 표정을 구사했다. 세상이 낯선 심청은 기본적으로 멍한 표정을 짓다가도 처음 보는 물건을 바라볼 때 휘둥그레 눈을 뜨고, 얼굴을 망가뜨리며 오묘한 느낌을 자아냈다.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심청의 얼굴은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최대 포인트다.

전지현은 캐릭터에 맞게 거침 없이 망가지면서도 어떻게 해야 사랑스럽게 보일 지 아는 영리한 배우다. 단언컨대, 전지현은 망가진 여배우 중 가장 예쁘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푸른바다의 전설' 방송화면 캡처]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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