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군] 남한 최북단 면 소재지, 현리 해안분지

펀치볼로 더 잘 알려진 한국전쟁 격전지. 이곳이 정말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서 생긴 분지일까? 구름바다로 변한 해안분지.

양구에서 북동쪽으로 28킬로미터, 해안면으로 올라가는 453번 지방도로는 한국전쟁 때 생긴 길이다. 숱한 사상자를 낸 끝에 승리를 거둔 해병의 도솔산 전투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다. 2008년 돌산령터널이 뚫리면서 옛길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양구군에서 육지 곳의 섬으로 꼽힐 만큼 특별한 해안분지를 제대로 보려면 편하고 빠르게 가는 터널 대신 마을 사람들의 애환과 분단의 아픔이 서려 있는 질고개 넘어 453번 길로 가봐야 한다.

해안분지(亥安盆地)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있으며 주민이 살고 있는 만대리, 현리, 오유리 등 3개 마을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민통선 북쪽에 있다. 마을 이름에 돼지'해(亥)'를 쓰게 된 것은 옛날 습지였던 이곳에 뱀이 많아 천적으로 돼지를 키운 데서 유래했다. 동서 6.6킬로미터, 남북 11.95킬로미터의 타원형분지로 면적은 44.7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울릉도 나리분지의 22배, 여의도의 7배 정도 되는 넓이의 평지가 해발 400~500미터 지역에서 별천지처럼 펼쳐져 장관을 이루는 특이한 곳이다.

분지 주위로는 거대한 성처럼 대암산, 도솔산, 대우산 등 해발 1100미터 이상의 산이 둘러싸고 있으며, 한국전쟁 때는 중공군과 격전이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곳이 '펀치볼'이라는 지명으로 알려진 것은 전쟁 당시 외국 종군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본 전체 지형이 마치 사발같이 움푹 파여 펀지볼(Punch Bowl)이라고 기사화하면서다. 특히 대암산 산행 들머리에 있는 생태식물원 온실에서는 고산성 습지식물 등 600여 종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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