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안덕면] 파도에 전설이 실려 오는 국보급 지질공원, 용머리해안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은 용머리해안은 수중에서 갓 솟아오른 용암의 덩어리를 빗은 듯 물결친다.

병풍처럼 펼쳐진 산방산의 수직암벽을 배경으로 해안가를 수놓은 용머리해안의 사암층은 180만 년 전 수중폭발로 형성된 것이다. 뜨거운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면서 해풍에 닳고 파도에 씻긴 흔적이 마치 석공이 정성스럽게 금을 그어놓은 듯 절경을 이루고 있다. 넘실대는 파도가 절벽의 허리를 적시며 울리는 소리가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린다. 넘실대는 해안가를 걷노라면 세상사 근심이 물결처럼 부서진다.

전설에 따르면 진나라 시황제는 이곳이 왕의 재목을 지닌 장군이 태어날 지세를 지녔다 해서 이곳의 혈을 끊으려고 호종단을 사신으로 보냈는데, 호종단이 용의 꼬리와 등에 칼을 내리치는 순간 갑자기 땅속에서 붉은 피가 하늘로 솟구치며 산방산과 용머리의 바위를 적셨다 한다. 지금도 산방산 외벽과 용머리 바위에 붉은 핏자국이 선연히 남아 있다. 당시 한라산 신의 노여움을 산 호종단이 귀국길에 올랐을 때 산신의 수로신인 매가 불벼락을 내려 차귀도 앞바다에서 호종단의 배를 침몰시켰다. 그 뒤 귀로를 막아버린 섬이란 뜻의 차귀도로 불리게 되었다.

화순 금모래해변에서 시작한 올레 10코스가 용머리해안을 지나 송악산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에 새로운 명물이 하나 더 등장했다. 1653년 제주에 표착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 일행의 당시 배를 재현한 범선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의 나라이기도 한 네덜란드인 하멜을 기념하는 곳으로 범선 안에는 당시 표류인들의 애환이 밀랍인형 속에 담겨 있다. 해안가에는 하멜 동상이 세워져 지나는 여행자들의 포토프렌드가 되어준다.

최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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