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의 활약, 얼마나 대단한가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광주 고동현 기자] 지난해 KIA 타이거즈의 약점은 마운드보다 타선이었다. 팀 타율은 .251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으며 팀 홈런 7위(136개), 팀 득점 10위(648점) 등 대부분 성적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올시즌은 다르다. 비록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팀 타율은 .288로 10개 구단 중 3위이며 홈런도 40개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이러한 변화가 한 명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서동욱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 2루수 약점이던 팀, 강점으로 만들다

서동욱은 넥센 히어로즈에서 2016시즌을 시작했다. 내야수, 외야수는 물론이고 포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그에게 주어진 공간은 없었다. 리빌딩하는 팀 사정상 1984년생인 서동욱은 전력 외 판정을 받았다.

넥센은 선수의 활로를 터주기 위해 무상 트레이드를 했다. 받는 선수 한 명 없이 서동욱을 다른 팀으로 보냈다. 상대 팀은 KIA 타이거즈였다. KIA는 2003년 그가 데뷔한 팀이었다. KIA, LG, 넥센을 거쳐 돌고돌아 친정팀으로 돌아온 것.

서동욱은 4월 6일 KIA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곧바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4월 19일이 돼서야 올시즌 첫 출장을 했다.

그 후 한 달. 서동욱의 활약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25경기 타율 .373 5홈런 22타점 2도루 13득점. 어느 곳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성적이다.

넥센 시절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 서동욱이지만 KIA에서는 2루수를 주로 보고 있다. 2루수는 유격수, 포수 등과 함께 공격에 비해 수비 비중이 높은 포지션 중 하나다.

기록으로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2루수의 경우 전체 10개 구단 선발 2루수의 성적은 타율 .280 131홈런 671타점이었다. 타율의 경우 포수(.268)와 유격수(.261)에 비해 높았지만 홈런은 포수(156개)보다 적었다. 또 홈런과 타점의 경우 타율 .287 48홈런 137타점을 기록한 야마이코 나바로(전 삼성)의 몫이 대부분이었다.

KIA는 이 정도가 심했다. KIA의 지난해 선발 2루수 성적은 타율 .230 9홈런 56타점이 전부였다. 타율은 10개 구단 2루수 성적 중에서도 가장 낮았다. 9명의 선수가 1경기 이상 2루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킨 경우는 많지 않았다. 김민우가 69경기, 최용규가 48경기, 박기남이 8경기, 고영우가 6경기, 윤완주와 김주형이 4경기 선발로 나서는 등 한 선수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이러한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전 2루수로 많이 나섰던 김민우는 13경기에서 타율 .152 0홈런 3타점 2득점만 기록한 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 때부터 대반전이 펼쳐졌다. 서동욱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시즌 첫 경기인 4월 19일 삼성전에서 대타 홈런을 쏘아 올린 그는 이후에도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4월 23일 롯데전에서 2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5타점 3득점을 기록했으며 전날 SK전에서도 동점 3점 홈런에 이어 결승점 발판이 된 볼넷을 얻어냈다.

비단 2루수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한 달 동안 서동욱의 활약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그가 1군 무대에 등장한 4월 19일 성적으로만 한정하면 타율 .373는 수많은 타자 중 9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또한 출루율의 경우. 488로 에릭 테임즈(.495)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며 OPS 또한 1.160으로 김재환(두산), 테임즈(NC), 최형우(삼성)에 이어 전체 4위다. 서동욱과는 연결 짓기 힘들 것 같았던 홈런수에서도 공동 15위에 올라있다.

수비에서도 실책 2개만 기록하며 견실한 수비를 이어가고 있다. 서동욱도 현재 활약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그는 20일 경기 후 "KIA로 돌아온지 한 달이 넘었다. 적응은 다 끝났다"며 "매우 편하다. 후배들과 이야기 많이 나누고 베테랑 선수들도 잘 챙겨줘서 살 맛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 시선 밖에 있던 서동욱이지만 이제는 KIA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그야말로 놀라운 반전이다.

[KIA 서동욱.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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